[횡설수설/구자룡]저비용항공사 난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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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퍼시픽사우스웨스트항공(PSA)은 1962년 미니스커트에 몸에 쩍 달라붙어 ‘바나나 스킨’으로 불린 여성 승무원 유니폼을 선보였다. 1949년 설립돼 1세대 저비용항공사(LCC)의 대표 주자인 PSA는 당시 승무원 대부분이 남성일 때 ‘미녀 군단’ 여성 승무원을 투입하는 마케팅으로 눈길을 끈 데 이어 또 한번 파격적인 시도를 한 것이다. 이처럼 LCC는 요금만 저렴한 것이 아니라 여객 항공 산업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기존 시장을 파고들었다.

▷국내 첫 LCC 운항은 2005년 8월 31일 ‘한성항공’이 청주∼제주 노선에 띄운 66석 규모의 경비행기 ATR 72-200 기종이었다. 이 회사는 항공기 한 대로 하루 왕복 2차례 운항했다. 항공료는 기존 항공사의 70%가량. 현재 국내에는 2005년 1월 인가받은 제주항공 등 LCC 업체 6개사가 운항 중이다. 여행 지출 항목 중 항공권과 숙박비가 가장 커 항공료 인하는 큰 호응을 얻었다. 자리가 조금 좁고 커피 등 기내 서비스가 없거나 공항에서 탑승구가 기존 항공사에 밀려 터미널의 끝에 있긴 해도.

▷5일 국토교통부가 여객 분야 LCC 3개사를 승인해 국적 LCC는 9곳으로 늘었다. 4개사가 신청했는데 한 곳만 탈락했다. 인구 3억2000여만 명인 미국이 9개, 1억2600여만 명인 일본이 5개인 것에 비하면 한국의 LCC 9개는 많고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정부는 LCC 이용객이 늘고 있어 경쟁을 통한 서비스 개선과 혁신을 위해 일정한 자격 조건만 갖추면 운항을 허락한다는 취지다. 운항해 보다가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인수합병되면 된다는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여객 항공업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가뜩이나 중국 등으로 빠져나가 숙련된 조종사와 정비사 등이 부족한데 3개사가 무더기 승인을 받아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거나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면 안전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질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원을 해결해 주기 위해 이용객이 적은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한 LCC를 인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객의 안전이 걸린 문제에 정치적 의도가 끼어들지는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저비용항공사#lcc#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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