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던 지난해 8월 어느 날. 국무총리도 정치인도 아닌 사인(私人)이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산지검 검사들이 묵는 사직구장 인근 관사를 찾았다. 황 대표 사위도 검사인데, 손주를 보려고 찾은 듯했다.
그를 본 몇몇 사람은 그의 스타일에 놀랐다. 체크무늬 남방과 민방위 근무복 색과 비슷한 노란 점퍼를 입었고, 카키색 면바지에 구두를 신고 있었다. 정돈된 가르마와 금테 안경은 기본이었다.
이때 목격자는 대부분 러닝셔츠 바람에 반바지, 슬리퍼 차림이었다. 어떤 사람은 괜히 한 손에 든 아이스크림이 부끄러워 등 뒤로 숨겼단다. 당시 이 장면을 본 사람은 “딸 사위 내외를 보러 온 옷차림을 보니, 왠지 그는 슈퍼마켓에 갈 때도 편한 차림으로 갈 것 같지는 않았다”고 했다.
요즘 정치권은 황 대표에 대한 탐색과 공략 포인트 분석에 한창이다. 입당한 지 한 달여 만에 당을 접수했는데, 직업 정치인이 아닌 ‘신제품’이다 보니 그를 판단할 정보는 적은 탓이다. 기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의 한 식당에 갔더니 중년 남성 여러 명의 음성이 벽을 넘어 들려왔다. 이들 일부는 황 대표를 ‘황 선배’로 부르며 “그때 황 선배를 데려간 게 (법무법인) 태평양이야”라고 말하고 있었다.
공안 검사의 핵심 보직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 근무 당시 어느 술자리에서 그가 한 건배사를 기억하는 이도 있다. 몇몇 검사의 술자리에 늦게 합석한 황 대표의 건배사는 “체제 수호와 국가의 안녕을 위하여”였다고 한다. 황 대표가 1월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강조했던 말도 “무덤에 있어야 할 386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였다.
황 대표가 5일 새벽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했을 때 김밥을 먹은 뒤 주머니에서 꺼낸 것도 1만 원짜리 온누리상품권이었다.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로 일할 때 자주 목격된 장면이기도 하다. 정치인의 막말과 경박함에 신물이 난 사람들은 ‘황교안 스타일’에서 일종의 안정감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황 대표가 정치인으로 자리 잡으려면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많다. 때로는 밀어붙이는 강단이, 때로는 한숨 죽이는 유연함을 동시에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주요 이슈마다 자기만의 언어로 설명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인 황교안이 어떤 길을 택해 나갈지는 오롯이 그에게 달려 있다. 그는 7일 “한국당은 국민이 필요할 때 바로 나타나는 119 구급대원이라는 마인드로 일하자. 국민 속으로 누구보다 빨리 뛰어들어 답을 내놓을 때 한국당이 제대로 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이를 어떻게 실천할지, 과연 할 수 있을지 당분간 온 여의도의 시선이 쏠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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