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푸른 하늘이 최근 유독 그리웠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별의 나라이자 초원의 나라…. 몽골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이렇듯 맑은 공기와 드넓은 초원, 그리고 칭기즈칸을 떠올리곤 한다.
세계지도를 펼쳤을 때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몽골의 영토는 남북한을 합친 규모의 8배가량이며, 세계에서도 19위의 땅 크기를 자랑한다. 가깝지만 먼 나라 몽골의 총인구는 320만 명이 조금 넘는다. 이 나라는 땅은 크지만 사람은 적고, 생산인력이 적다 보니 공장도 거의 없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생활한다.
필자가 2009년 가을 한국에 처음 오기 수년 전부터 몽골에서는 환경 문제, 특히 사막화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고 있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등굣길에 바람만 불어도 입과 코에 흙가루가 들어갔다. 기침을 하거나 코를 풀면 모래가 그대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모래바람도 안 좋지만, 그것보다 훨씬 건강에 안 좋은 미세먼지도 이슈였다. 몽골의 사막화는 지구인들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만 미세먼지는 일부 국가의 문제다.
울란바토르의 겨울철 공기는 매우 나쁘다. 몽골 평균 겨울 온도가 영하 25도이며 때로는 영하 60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몽골의 사막화와 추위 때문에 유목민들은 더 이상 가축을 기르기 어려워 울란바토르로 이동한다. 울란바토르에서는 아파트에서 생활하지 않는 주민이라면 석탄이나 땔감, 혹은 대체할 수 있는 아무거나 때어 생활한다. 여기서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기는 하나 이렇게 하는 사람들은 취약계층에 한정돼 있다. 미세먼지 주원인은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매연이다.
얼마 전 한국 미세먼지의 주원인이 몽골 때문이라는 글을 한 신문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최근 9일 연속으로 한국의 미세먼지는 최악의 수준을 보인 반면 같은 시기에 몽골의 미세먼지 농도는 한국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몽골 시골에 위치한 지하자원 발굴 회사에서 나오는 먼지라고 생각해도 그 양은 무척 적다. 무엇보다 가장 공기가 안 좋은 울란바토르의 경우 지리적으로 공기가 순환되기 어려운 분지에 자리 잡고 있어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에 한계가 있다.
울란바토르의 공기는 나빠 보일 수 있으나 몽골 자체는 나쁘지 않다. 수도에서 20분만 떨어진 곳에 가도 365일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몽골의 공기가 깨끗하며 하늘이 맑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을 때 언제나 가도 좋은 나라가 바로 몽골이다.
몽골의 공기 오염 문제는 울란바토르 지역과 겨울철에 발생하지만 한국의 경우 한반도 전체가, 최근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봄과 가을 그리고 겨울에 가끔 문제가 생겼다. 앞으로 미세먼지가 더 심각해질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대로 계속 이어진다면 환경 문제로 이민을 가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핵보다 무서운 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자들이 한국에서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까지 들리기 시작하는 세상이다. 이에 능력만 되면 한국을 벗어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고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를 잡겠습니다. 푸른 대한민국, 만들겠습니다’라는 공약을 했다. 필자 남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 공약을 믿고 표를 던졌다.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지혜롭게 잘 해결해 나간다면 국민들을 지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일부는 ‘너희 나라로 돌아가’, ‘외국인이 무엇을 안다고 이러느냐’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외국인으로 제한 두지 말고 이웃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동반자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특히 미세먼지는 출신 국가, 돈, 권력 등을 가리지 않고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다. 이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 대통령의 공약대로 ‘푸른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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