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진의 필적]〈50〉통찰력이 뛰어난 안창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5일 03시 00분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차오? 훈훈한 기운이 없소?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소.” 도산 안창호가 그린 새 민족의 모습은 ‘훈훈한 마음, 빙그레 웃는 낯’이었다. 어려서부터 명민함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선생은 약관의 나이에 만민공동회에서 많은 청중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연설을 했고 서른 즈음에는 애국자, 웅변가, 교육가로 명성을 떨쳤다.

도산의 글씨는 한 글자 한 글자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오른쪽 위를 향한다. 매우 빠르면서도 모서리에 뚜렷한 각을 보이고 마지막 획을 길고 강하게 긋는다. 여기서 도산의 명확한 목표의식, 뜨거운 열정과 통찰력을 알 수 있다. 도산은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으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치적 통찰력이 날카롭고 선견지명이 있어서 일본 제국주의의 몰락과 이광수의 변절을 예견했다. 김구는 도산 추도사에서 “우리는 애사를 베풀어 선생의 가신 것을 슬퍼하기보다는 선생에게 오늘의 우리 처지와 경우를 하소연하여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기를 간원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매우 빠른 글씨지만 마지막이나 작은 부분에도 소홀함이 없고 첫 글자가 그리 크지 않고 가로선이 유난히 길다. 이를 보면 강한 인내력으로 절제할 줄 알았고 끝마무리를 잘하며 과시욕도 크지 않았다. 실제로 도산은 큰일에 정성을 다했음은 물론이요, 지극히 작은 일에도 온 정성을 다했다. 도산이 남을 향해서 성내고 욕하는 것을 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口’의 마지막 부분이 열려 있어서 돈을 모으는 성격이 아니다. 독립운동가 이갑이 전신불수가 돼 북만주의 망명여사(亡命旅舍)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 도산은 운하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부인은 삯빨래를 해 저축한 돈 1000달러를 보냈다. 매우 강하지만 때로는 부드러운 필획도 있는 것을 보면 도산은 굳셈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인물이었다.

구본진 변호사·필적 연구가
#도산 안창호#만민공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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