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외과의사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7년부터 외과의사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수술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외과 및 흉부외과 의사(8299명) 중 50대 이상이 30%를 차지하며, 2027년까지 이들 가운데 2400여 명이 수술실을 떠날 것으로 추계했다. 반면 이 기간에 외과의사 공급은 필요 인력의 3분의 2 수준에 머문다.
응급환자부터 암환자까지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외과의사의 태부족 사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예고됐다. 2007년 외과 전공의(레지던트) 지원율은 84.1%였고 줄곧 하락하다가 지난해 72.5%로 다소 올랐다. 이런 외과 기피 현상은 ‘고위험-저수익’ 구조에 기인한다. 외과나 흉부외과는 수술 난도가 높아 위험 부담이 크고 의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대한외과학회는 외과 수술 수가가 원가의 76%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산업재해 수술이 쌍꺼풀 수술보다 어렵고 힘들 터인데, 보상이 더 적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술 시간은 길고, 응급 상황에 대기해야 하므로 워낙 근무 강도가 높다. 사명감을 갖고 지원했던 전공의들도 이런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10명 중 1명은 중도에 포기한다. 왜곡된 수가 구조 탓에 외과 의사가 부족해지고, 근무 환경이 더욱 열악해져 지원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외과의사는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수련 기간은 길고 은퇴 시기는 빠르다. 이를 감안하면 당장 외과의사 양성에 나서야 한다. 수술 수가를 높인 산부인과 지원이 늘어난 것처럼 외과 수술 수가 조정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외과의사 수급 계획을 세워 외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주고 의무 근무 기간을 두는 등 양성에 나서야 한다. 의료계 역시 수가 인상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환자 증가에 따른 수급 계획을 세우는 데 정부와 머리를 맞대라. 그래야 밤샘 근무를 견디는 의사도, 생명이 위급한 환자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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