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역할)가 폐막한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떠나 중국 국무원 브리핑장으로 향했다. 외신은 거의 참석하지 않은 자리였다. 궈웨이 국무원연구실 부주임은 이날 폐막식에서 통과된 정부 업무보고 수정 상황을 소개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전국인대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발표했다. 궈 부주임은 폐막식 통과 때까지 수많은 제안을 수용해 83곳이나 수정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지방 및 분야의 인민대표 2900여 명, 정부 위원 2100여 명이 업무보고에 대해 광범하게 토론하고 심의했습니다. 이처럼 큰 범위에서 반복해 의견을 구하는 건 다른 국가들은 거의 해내기 어려운 과정입니다. 민중의 지혜를 모으고 민주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우리(중국) 제도의 우위를 구현한 것입니다.”
이날 폐막식의 업무보고안 표결에서 인민대표 2945명이 찬성했다. 기권은 3명에 불과했다. 반대는 한 표도 없었다. 거수기라는 별명의 전국인대지만 업무보고 표결에 반대가 없는 건 이례적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 둔화가 겹쳐 우려가 커진 상황이어서 뜻밖이었다. 업무보고가 흠잡을 데 없어서였을까. 궈 부주임의 설명이다.
“보고 전체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관철했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정책 결정을 전면 관철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은 모든 것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도력 덕분이라는 정치선전의 느낌을 강하게 드러냈다.
13일 우한 지역의 과학기술기업 창업자이자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국가자문기구) 위원인 황리는 인민대회당의 약식 기자회견인 ‘위원 통로’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중국 매체 기자가 질문했다.
―지금까지 민영기업을 뒷받침해온 힘과 미래의 동력은 무엇인가요.
“근본적인 힘은 당연히 우리의 위대한 조국에서 온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중국 공산당이 민영기업의 지위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비판과 우려가 나오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생뚱맞은 선전이었다.
리 총리는 15일 폐막식 직후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7개 내외신의 질문이 이어지며 110여 분간 진행됐다. 기자는 3번째로 기회를 얻어 불확실성이 커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물었지만 구체적인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회견은 전체적으로 업무보고에서 이미 언급한 중국의 경제안정 정책만 되풀이해 강조하려는 느낌이 강했다.
리 총리는 5일 전국인대 개막식에서 “지난해 충분한 취업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중국의 30대 직장인은 “틀렸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대학졸업자가 일자리를 못 찾아 힘들어하는데 안정적이라니…”라고 말을 흐렸다.
지난해 12월 팡닝(房寧) 사회과학원 정치학연구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서방의 민주주의는 음식점의 주방장을 결정할 수 있다. 우리는 주방장을 선택하지 않는다. 주방장은 하나다. 하지만 민주 협상 방식을 통해 각 계층의 민의를 정책으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주방장은 선택 못 해도 어떤 음식을 먹을지 고를 기회가 중국 국민에게 있다는 말이었다.
궈 부주임이 15일 브리핑에서 강조한 “다른 나라는 해내기 어려운” 그 과정, 양회(전국인대와 정협)를 가리킨 말일 것이다. 하지만 공산당만이 집권할 수 있는 중국 정치제도에서 민주적 절차 역할을 해온 양회도 권력집중과 정치선전 성격만 강하게 드러낸다면 진짜 민의와 멀어질 수밖에 없는 건 아닐까. 중국 지도부도 이젠 곱씹어볼 문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