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진]엘리엇의 위험한 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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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자동차산업학회장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자동차산업학회장
며칠 앞으로 다가온 현대자동차의 주주총회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통해 고액 배당과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의 선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2월 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발송한 주주제안에서 8조3000억 원 규모의 배당과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먼저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금은 현대자동차 5조8000억 원, 현대모비스 2조5000억 원으로 양사 당기순이익의 2, 3배를 넘는다. 이렇게 배당해서 남아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다행히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와 ISS 모두 엘리엇이 요구한 높은 배당 대신 연구개발과 잠재적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의 마련 등을 지지하며 현대차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또 다른 이슈는 사외이사 선임이다. 엘리엇은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로 존 류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 및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매큐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빌슨 CAE 이사를 제안했다.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후보로는 로버트 크루즈 카르마오토모티브 최고기술책임자, 루돌프 마이스터 전 ZF 아시아퍼시픽 회장을 후보로 제안했다. 이 문제에서는 양대 의결권 자문사의 입장이 엇갈린다. 글래스루이스는 엘리엇이 제안한 인물 모두를 반대하고 있지만 ISS는 마거릿 빌슨을 제외한 전원에 찬성하고 있다.

엘리엇이 제안한 이들이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네트워크가 넓으며, 이해충돌 문제가 없다면 현대차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들리는 바로는 매큐언 회장이나 크루즈 최고기술책임자는 명백한 이해충돌 가능성 때문에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류와 마이스터는 미래차 신기술 전략을 지원하기에 적절치 않은 후보들로 평가된다.

마지막 문제는 주주제안의 자격에 관한 것이다. 한국은 소액주주 보호란 이름으로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보유한 자가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상법에 명문화했다. 일본이나 미국보다 행사 요건이 쉽다. 물론 주요 주주들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기업이 1%를 소유한 주주들에게 대책 없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행사 요건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자동차산업학회장
#현대차 주주총회#엘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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