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시기와 순서를 둘러싼 여러 이슈가 있다”며 “북한의 밝은 미래에 대한 약속은 검증된 비핵화에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해제부터 맞바꾸자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선(先)비핵화를 내세운 일괄타결을 강조한 것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빅딜이냐 스몰딜이냐, 토털 솔루션(완전한 해법)이냐 단계적 행동이냐로 대립하면서 교착 국면은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가 나서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합의)’까지 내놨지만 또 다른 논란만 키우는 격이다. 이래선 합의는커녕 협상 재개도 불가능하다. 북-미 간 교착이 장기화하면 자칫 감정 대립과 말의 전쟁으로, 나아가 무력시위와 전쟁 위기로 비화될 수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기 전에 북-미는 비핵화의 압축적 이행을 위한 일괄타결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 비핵화는 일시에 이룰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니라 시간이 걸리는 프로세스다. 하지만 이행 과정은 상호 의지와 신뢰에 따라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전체 설계도가 있어야 공정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을 토대로 비핵화의 전체 설계도와 신속한 공정을 밝힌 일괄타결의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그러려면 일괄타결을 거부하는 북한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 북한이 내세워온 ‘행동 대 행동’의 단계별 조치는 단계마다 새로 협상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비핵화 종결까지 정상회담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하노이 결렬도 이런 태도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비핵화의 입구는 물론이고 출구에 대해 합의할 수 없었고, 입구에서 출구까지 이르는 경로, 즉 로드맵도 만들 수 없었다.
특히 북한은 비핵화 입구에 해당하는 초기 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기만을 제시하면서 진정성 자체를 의심받게 됐다.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플러스알파(+α)’까지 포함한 완전한 핵동결부터 이뤄야 한다. 나아가 출구에 해당하는 비핵화의 최종 지점에 대해서도 모호하기 짝이 없는 ‘완전한 비핵화’로 대충 넘어가려 했다. 핵물질, 핵무기까지 완전 폐기한다는 약속도 없이 제재 해제만 요구한다면 누가 그런 협상에 응할 수 있겠는가.
미국은 여전히 협상의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마냥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더는 부질없는 벼랑 끝 전술에 매달리며 불신을 키워선 안 된다. 김정은은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대북 상응조치도 분명해지고 북한의 ‘밝은 미래’도 보장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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