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그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서해수호의 날에 대해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들을 추모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이 “도발이냐, 충돌이냐”고 거듭 묻자 뒤늦게 “북한의 도발로 인한 충돌”이라고 정정했다. 서해수호의 날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제2 연평해전 등 3대 도발 현장에서 산화한 55명의 희생자를 기리고, 안보 의지를 다지기 위해 2016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누구보다 이런 취지를 잘 알고 있을 국방부 장관의 발언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했다.
정 장관이 언급한 ‘불미스러운 충돌’은 남북한이 함께 책임질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인데 이는 북한이 일으킨 3대 서해도발의 희생자 영령을 모독하는 망발이다. 정 장관은 1월에도 방송에 출연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 문제와 관련해 “과거의 그런 부분에 대해 분명히 생각하고 있지만, 앞으로 잘될 수 있게 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이해를 하면서,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며 북한 도발의 책임을 얼버무려 논란이 됐다. 군 장병을 통솔하고 우리 영토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이 지나치게 북한 눈치를 살피다 보니 정작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정 장관은 또 9·19 군사합의가 안보 무력화로 이어진다며 폐기를 요구한 예비역 장성들에 대해 “상당히 잘못된 지식으로, 이념적인 부분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장관이 전직 국방부 장관들도 포함된 예비역 장성들의 충언을 “잘못된 지식”이라고 폄하하며 힐난한 것은 어이없는 태도다.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국가 안보에 한목소리를 내도록 군심(軍心)을 이끌어야 할 국방부 장관이 “이념 때문” 운운하며 편 가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오늘은 서해수호의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념식에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표류하고, 한반도 주변의 긴장도 고조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한미 공조보다는 남북관계 진전에만 집착하고 있고, 국방부 장관은 그런 권력의 뜻을 좇는 데만 급급한 것 같아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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