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진의 필적]〈51〉영원한 청춘 여운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2일 03시 00분


몽양 여운형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진취적인 독립운동가와 줏대 없는 기회주의자라는 평가로 갈리고, 투철한 민족주의자와 진보적 사회주의자라는 평판으로 나뉜다. 존 하지 중장의 정치 고문이었던 윌리엄 랭던은 동양의 위인이며 마하트마 간디와 비견할 만한 인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지 중장은 “흰 백합이 아니라 대단히 음흉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몽양은 잘생기고 훤칠한 키에 장대한 기골을 갖췄고, 당할 사람이 없을 만큼 힘이 세고, 스포츠도 만능인 데다가 패션 감각이 뛰어났으며, 성격이 어질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평가 때문인지 불우하다고 할 만큼 삶이 복잡다단했고 결국 암살까지 당했다. 그러면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주저하거나 고쳐 쓴 흔적이 없고 필획의 시작 부분에 비틀림 없이 곧은 것은 솔직하고 순수한 성품을 말해준다. 친구를 잘 사귀었던 몽양은 집에 있는 돈이나 물건을 동무들이 탐내는 대로 나눠줬다. 동네에 상사가 나면 종이나 상민의 일일수록 더 잘 보살펴줬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가파르게 올라가서 긍정적이며 밝은 성향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몽양은 영원한 청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언론인 이관구는 한마디로 “싱싱했다”고 회상한다.

정사각형으로 매우 반듯해서 고지식하고 배운 대로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교활한 사람들이 쓰는 세로로 긴 글씨와 거리가 멀다. 몽양은 술, 담배, 노름 같은 취미는 전연 없었고 오직 독서와 사색과 운동에만 깊은 취미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름의 첫 글자가 크지 않은 것을 보면 과시욕이나 무대 기질이 많지 않았다. 필획이 깨끗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것을 보면 하지 중장의 평가대로 음흉했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민족적, 도덕적, 혁명적 순결성에 부합하는 글씨체다.

구본진 변호사·필적 연구가
#독립운동가#몽양 여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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