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하노이 결렬 이후, 북핵은 어디로 가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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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
한국 문재인 정부의 ‘햇볕정책 2.0’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크게 전환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의 새로운 희망을 다시 밝혔다. 하지만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다. 북한은 다시 북-미 핵협상에서 이탈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평창 올림픽 외교’로 시작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화해의 과정은 정녕 이렇게 ‘단명’하는가?

북-미 정상회담은 북-미 간 ‘빅딜’의 결정적인 자리라기보다는 양 정상이 손에 꽉 쥐고 있는 ‘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설득 능력’을 기대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움직일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2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돌이켜 보면 두 사람은 너무나 자신감이 넘쳤다.

김정은은 핵 포기 문제에서 누차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였지만 이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원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전면적으로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재천명했다. 국가 업무의 중점을 경제건설 추진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하는 건 어렵다.

김정은의 핵 포기 전략 수법은 아버지 김정일 때 취했던 방법이다. 바로 ‘살라미 전술’이다. 2007년 6월 김정일은 북핵 6자회담이 합의한 핵시설 불능화 조치로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했다. 하지만 2008년 6자회담 관련국이 북한의 핵 신고 내용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핵 사찰 수용을 요구하자 돌연 태도를 바꿨다. 비핵화 합의를 파기했다. 2009년 다시 핵실험을 시작했다.

김정은은 2013∼2017년 5년간 전력을 다해 핵·미사일 능력을 높여왔다. 그가 현재 손안에 가진 살라미는 두껍고 길다. 김정은은 ‘살라미 전술’ 실행 밑천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원조, 제재 해제, 북한의 국제환경 개선이라는 ‘이익’을 얻으려 한다.

김정은은 제대로 안다. 핵·미사일 무기가 북한의 유일한 ‘협상 칩’이라는 것을. 만약 김정은의 ‘살라미 전술’로 원하는 이익을 얻지 못하면 북한 지도자가 다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북한에 비핵화는 ‘흥정’ 과정이다. 진짜 ‘빅딜’을 하려는 게 아니다.

만약 북한이 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미국을 압박해 양보를 얻어내고 부분 제재 완화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려 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떤 새로운 군사도발도 미국과 국제사회의 결연한 대북 제재 이행으로 이어질 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 쉽사리 다시 대북 원조를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일방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의 강도를 낮추거나 완화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어떤 새로운 도발도 아무 수확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보인 대북 화해의 호의를 헛되게 할 것이다. 국내 경제가 갈수록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지난해 이전의 군사 대결 정책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매우 의문이다.

현재 북핵 정세는 다시 역사적인 전환점에 왔다. 미국과 북한은 반드시 외교 접촉과 대화 과정을 유지해야 한다. ‘단계적이고 전면적이며 최종적인 비핵화’ 목표를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 평양은 반드시 정세를 똑바로 알아야 한다. 전면적이지 않은 비핵화로는 날로 쇠락할 것이고 ‘새 생명’을 얻을 수 없다. 트럼프 정부도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제재 완화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 내부에 영향력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 북한과 접촉 대화를 견지하는 한미중 3국의 대북정책 협력을 시작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화해 과정을 실현하는 근본적인 출로(出路)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몸을 돌려 서쪽을 바라볼 때가 됐다.(필자 주: 문재인 정부가 북한 문제에서 중국과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
#북미 정상회담#비핵화#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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