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자 정부는 중국과 협력해 인공강우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세먼지가 자욱한 날 마술처럼 비가 내려 파란 하늘이 나타나는 일이 당장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상쾌한 희망에 빠져든다.
인공강우 기술은 194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연구소의 빈센트 섀퍼 박사가 구름 속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눈을 내리게 한 이후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기대에는 못 미친다. 인공강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응결핵을 하늘에 뿌렸을 때 빗방울이 맺힐 정도의 구름이나 습기가 주변에 있어야 하는데 정작 비가 필요한 건조 지역에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인공강우 기술은 광장 행사를 중시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오히려 비를 안 내리게 하는 데에 유용하게 활용됐다.
옛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45년 6월 24일 모스크바 광장에서 대규모 행사를 거행했다. 그런데 이날 내린 비로 광장의 군인과 군중, 연단의 스탈린과 수뇌부가 비를 맞았다. 가장 화려한 행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비에 젖은 군대와 이를 사열하는 백마 탄 게오르기 주코프 장군의 모습은 우울한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이날의 기억은 러시아에서 날씨 변조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이미 1932년 세계 최초로 인공강우연구소를 설립한 러시아는 날씨 변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비를 미리 내리게 하거나 비구름을 흩어지게 만들어 ‘러시아 행사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는 전설을 만들어 냈다. 중국 역시 광장 행사에 비를 걱정하지 않는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악천후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공강우 기술을 사용해 개·폐회식에 비가 내리지 않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강우는 군사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미국은 1966∼1972년 베트남전 당시 우기에 평소보다 약 30% 많은 비를 내리도록 해 적군 보급로를 진창으로 만드는 날씨 변조 작전을 진행했다. 또 미국은 적국인 쿠바에 대해서도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쿠바에 도달하기 이전에 비를 내리게 함으로써 건조한 바람만 쿠바 쪽으로 불게 해 가뭄 피해를 주는 비밀작전을 1969∼1970년 실시했다. 2011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유럽이 이란의 비를 훔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날씨 변조를 무기화하는 서방세계를 비난했다.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해결하자는 생각은 날씨를 무기화하는 것에 비하면 평화적이고 유익하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건조하고 정체된 이동성 고기압에서 주로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공강우가 성공하기 쉽지 않다.
단군신화에서 비를 다스리는 우사(雨師)는 인공강우로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했다고 노여워할지 모르지만,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다는 기대가 ‘희망고문’에 머문다면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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