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0만 도시 서울에서도 학생 수가 줄어 학교가 문을 닫기 시작했다. 내년 2월 서울 강서구 염강초와 공진중이 폐교를 앞두고 있고, 송정중은 인근 마곡지구 신설학교와의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합계출산율 0.98명을 기록한 지난해 출생아 수(32만6900명)를 바탕으로 초중고교생 수를 추계했더니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 6학년이 되는 2030년이면 초등생 수가 191만 명으로 지난해(271만 명)보다 80만 명이 급감한다. 현재 초등학교 29.5%(1791곳)가 사라질 위기다. 이들이 중3이 되는 2033년에는 중학교의 28%, 고3이 되는 2036년이면 고등학교의 41%가 폐교 위기에 놓인다. ‘저출산 쇼크’가 초중고교부터 대학 순으로, 지방에서 도시 순으로 우리 사회 전반을 강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합계출산율 1.17명, 1차 ‘저출산 쇼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인구절벽 끝으로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당시 예고됐던 결과물들도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산부인과 의원이 2005년 1907곳에서 2017년 1319곳으로 30.8% 줄었다. 무상보육 확대로 늘어나기만 하던 전국 어린이집은 2014년 4만3742곳에서 지난해 3만9171곳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뚜렷한 대책 없이 출산율 제고만 외치는 사이 16년 만인 2018년 합계출산율 1명 미만 추락이라는 2차 ‘저출산 쇼크’가 찾아왔다. 저출산 사회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는데 그간 정부의 대응을 보면 오히려 역행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학생 수 감소로 학교 존립이 위태로운데도 교사 과잉공급은 방치하는 것이 일례다. 지난해 정부는 서울 교사 ‘임용대란’이 이슈가 되자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을 발표했다. 교사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이미 빗나간 통계청의 2015년 장래인구추이를 바탕으로 2023년까지 연간 4000∼4400여 명을 뽑는 등 2030년까지 교사 수를 약 35만 명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저출산 사회로의 급속한 이행은 국가 시스템과 국민생활 전반에 쓰나미 같은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인 ‘노년부양비’가 급증해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체제 유지가 어려워진다. ‘저출산 쇼크’를 상수로 둬 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매 단계에서의 대책은 과단성 있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기약 없는 출산율 높이기에만 매달리며 예고된 재앙을 속수무책으로 기다리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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