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어제 자율공시를 통해 “당초 예상보다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반도체 사업 환경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 1분기(1∼3월)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실적 어닝쇼크’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다음 달 5일 공식적인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사전에 설명자료를 공시한 것은 창립 50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의 충격을 줄이고 주주들과의 소통을 위한 고육책이라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한다. 증권사 전망치를 종합하면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조 원대로 주저앉을 것이 유력시된다. 영업익 10조 원대를 간신히 유지한 작년 4분기보다 30% 이상 급감한 것이고, 15조 원을 웃돈 지난해 동기에 비하면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상장사 영업이익의 38%를 차지하고 전체 법인세의 6% 이상을 부담하는 삼성전자의 실적 쇼크는 각종 경제지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1%를 차지했던 반도체의 급격한 경기 하강은 가뜩이나 힘든 국내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수출이 꺾이면서 이미 국내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5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일자리를 잃고 최대 20조 원의 생산유발액이 감소한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자동차·조선 같은 전통적 주력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반도체와 함께 수출을 떠받쳐온 디스플레이, 정유·화학 기업들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년 1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제조업은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추격과 보호무역 기류에, 대내적으로는 각종 규제와 기업을 적대시하는 사회 분위기, 투쟁만을 일삼는 강성 노조 등 삼중·사중고에 직면해있다.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투자 의욕마저 잃어가는 이런 하향 곡선을 반등시키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도, 질 좋은 일자리 창출도 요원해진다. 비상한 각오로 새로운 성장 엔진 발굴과 산업 지원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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