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부는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발표한다. 말 그대로 ‘특별추계’다. 정부는 5년에 한 번씩 인구 추계를 발표해 왔다. 가장 최근인 2016년 발표된 장래인구 추계에서는 총인구 감소 시점이 2028년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합계출산율, 즉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가 지난해 0.98명을 기록하면서 정부가 급히 특별추계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총인구 감소 시점이 2028년보다 앞당겨질 것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추계가 발표되면 온종일 ‘인구절벽’ ‘인구재앙’ ‘100조 원 투입하고도 헛발질’ ‘특단의 대책’ 등의 단어가 신문과 TV, 온라인을 도배할 것이다. 인구 수치나 관련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되풀이된 모습이다. 그런데 곳곳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상황1: “인구가 줄고 고령자가 많아지면 신체기능을 파악하는 센서 산업이 발달할 겁니다.” 26일 오후 7시. 서울 한양대 내 국제관 108호. 기업 최고경영자(CEO), 학교 교장 등 30여 명이 강의를 경청했다.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각 분야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인구와 미래혁명 최고위자과정’의 첫 수업 모습이다. 인구 감소에 맞춘 소비자 전략, 교육체계 개편 등 자신의 분야에 미칠 저출산 영향과 대응법을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상황2: “‘저출산문제’라는 말, 쓰지 말라니까요. 저출산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고치려 하고, 단박에 해결하려 하잖아요. 불가능해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구 5000만 명 사수’를 강조해온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가 사석에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저출산을 막는 특단보다는 저출산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였다. 실제 저출산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막판까지 공개 여부를 두고 정부가 고민하다 빼는 게 있다.
바로 ‘저출산사회 연착륙’ 정책들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첫 저출산 종합대책인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 역시 ‘연착륙 방안’을 담을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의식해 관련 내용을 뺐다.
그럼에도 물밑으로는 ‘저출산사회 연착륙’ 대책이 준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4차 산업혁명과 생산인구 대체 등을 담은 ‘중장기 인구정책 방향성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저출산 대응 전략’을 구축해 내년 발표되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담을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은 각 분야로 더 많이 확산될 것이다. 저출산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줄어들고 저성장이 심화돼 복지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반면에 인구 감소로 취업 경쟁이 완화되고, 각종 자동화로 생산인구 감소가 문제되지 않고 환경오염도 개선될 수 있다. ‘미래 한국’의 적정 인구를 ‘4000만 명 정도’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저출산은 재앙’이란 패러다임을 이제는 조금은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십수 년 혹은 수십 년 뒤 인구 규모를 생각하고 현 시점에서 미래가 ‘어둡다’고 단정하지 말자. 인구 감소를 걱정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이 돼야 하나’라는 철학적인 문제부터 고민하면 어떨까.
합계출산율 1.5명, 총인구 5000만 명은 현 체제 유지라는 논리로 세운 그간의 인구 목표치였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결혼 안 하고, 출산 안 하고, 현 체제 유지를 원하지 않는다. 인구수 자체가 아니라 인구를 구성하는 ‘사람’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삶의 질과 방식에 대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적정 인구와 저출산 연착륙 방안을 찾아간다면…. ‘지금의 저출산’은 더 좋은 미래로 가는 ‘과정’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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