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아들 은찬은 죽었다. 주위 사람들은 아들을 의인으로 칭송하고 부부를 위로한다. 아버지 성철(최무성)은 아들의 의사자 지정과 장학재단 만드는 일에 열성이고 자신의 일과 지인들과의 관계 회복에 매진한다. 그의 눈에 고아처럼 생활하는 기현(성유빈)이 눈에 들어온다. 아들이 구한 소년이다. 고아처럼 살면서 배달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생계를 유지하는 그를 자신의 일터로 데려 와 도배 일을 가르치며 호의를 베푼다. 어머니 미숙(김여진)은 아직 은찬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자신의 고통 속에 있다. 은찬의 동생을 낳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한다. 부부는 이렇듯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슬픔을 견뎌내 보려고 한다. 기현을 보살피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는 미숙도 마음에서 밀어내던 소년을 챙기며 어느 덧 가까워진다. 아들이 구한 아이, 그래서 살아남은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부부는 애도의 시간을 건넌다.
그러나 부부와 기현의 관계는 한바탕 따뜻하고 흥겨운 한낮의 소풍이후로 끝나버린다. 세 사람의 관계를 깨는 것은 바로 기현의 죄책감이다. 소년의 죄책감은 진실을 말하고 만다. ‘모든 것은 거짓말이에요. 나는 당신들의 아들을 죽이고 사건을 숨기려했던 무리 중 주모자’라고 실토한다. 이제 부부의 시간은 지옥이 된다.
상실의 슬픔을 애써 견뎌냈던 것은 아들의 죽음이 의인의 행동으로 칭송받고 그것이 주는 한 줌의 위로였는지도 모른다. 아들이 살려냈다고 믿은 소년을 새삼 돌봄으로써 치유의 시간이 허락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죄책감이 부른 진실은 부부 앞에 더 큰 고통의 시간을 가져다준다. 가해자들에 대한 공소장 제출은 불기소 처리되고 사건 현장에 있던 은찬의 친구들은 침묵하며 경찰은 증언이나 증거물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학교는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시끄러워지는 것이 못내 부담스럽다. 누구도 증언하지 않은 채 진실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아들 보상금이 얼마냐?’ ‘ 잘 됐다. 이제 괜찮아.’ ‘그만하면 됐다’라고 말 하는 사람들에게 성철은 되묻는다. ‘뭘 그만 둬? 한 것도 없는데…’
이제 부부와 소년은 은찬이 빠져 죽은 강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마지막 선택을 한다. 그들의 선택은 절망 끝에 선 최악의 것이었으나 한 바탕의 소동 끝에 결국 살아남는다. 세 사람의 살아남음은 회한과 각성의 또 다른 모습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에게 상처를 후벼 파서 덧나게 하게하기보다 이제 그만 덮어버리라고 종용하지만 세 사람은 잘못된 봉합을 뜯어내고 고통스러운 진실과 마주하는 것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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