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렇게 읽을 수 있으려면 제목만 바뀔 게 아니라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20여 종의 나무꾼과 선녀, 선녀와 나무꾼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제목만 앞뒤로 바꾸고 내용을 그대로 두는 것은 구호만으로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구호는 구호일 따름이다. 진짜 변화는 나무꾼과 선녀, 선녀와 나무꾼이 기반으로 하는 문화가 거북이걸음일망정 조금씩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라야 가능하다. 문화 속의 폭력을 응시하고 사유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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