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한국계 정치인인 세드리크 오(37)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디지털 담당 장관으로 임명됐다. 디지털 담당은 우리 식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담당이다. 담당 장관은 ‘Secr´etaire d‘Etat’라고 해서 장관인 ‘Ministre d’Etat’와는 구별하지만 장관급으로 분류된다. 직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때의 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장관, 장뱅상 플라세 전 국가개혁 담당 장관에 이어 장관급 이상 한국계 정치인이 한 명 더 나왔다.
▷펠르랭과 플라세는 한국인 입양아 출신이다. 6·25전쟁이 끝난 1953년 한국이 최빈국 중 하나였을 때 한국에서 해외로의 입양이 시작됐다. 프랑스는 미국을 빼고 유럽 국가 중 한국인 입양아가 가장 많은 나라다. 그래서 한국인 입양아 출신 장관이 둘이나 배출된 것일 수 있다. 미국에서라면 한국계 정치인을 말할 때 주로 교포 2, 3세가 언급될 것이지만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 프랑스는 이주민에 대한 체계적인 동화(同化) 정책으로 한편으로는 이주민을 프랑스 사회로 포섭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자적인 이주민 사회가 형성되는 것을 방해한다. 프랑스에서 한인 교포 사회가 미국처럼 크지 않은 이유다.
▷세드리크 오는 한국인 입양아 출신도 아니고 한인 교포 2, 3세도 아니다. 그는 국방연구원인 한국인 아버지와 교사인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실 그는 프랑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수많은 혼혈 중 한 명이다. 그가 한국계 장관이라면 아버지가 프랑스로 이주한 헝가리인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헝가리계 대통령이 된다. 오늘날 프랑스는 조부모 때부터의 순혈 프랑스인도 찾기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혼혈 사회다. 물론 부모 중 한쪽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출신인 경우는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달라 백인끼리의 혼혈과는 달리 취급받을 수 있지만 프랑스 사회는 혼혈화가 많이 진행돼 인종적인 면에서 상당히 개방적이다.
▷세드리크 오가 담당 장관이 되는 데는 그가 마크롱 대통령과 삼성전자 권오현 전 회장의 만남을 주선해 삼성전자 인공지능(AI)연구소를 파리 근교 불로뉴에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도 한몫했다고 한다. 한국은 과거 프랑스 등 해외로 입양을 보내던 나라에서 정보기술(IT) 강국의 이미지에다 한식과 케이팝으로도 프랑스인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 전체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 한국인 입양아 출신이든, 한인 교포든,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인 사람이든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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