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기아차 지부가 3일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박병규·이기곤 전 기아차 광주지회장에 대한 제명을 결의했다. 박 전 지회장은 윤장현 전 광주시장 시절 경제부시장으로 임명돼 광주형 일자리 사업 추진을 주도했다. 이 전 지회장도 노동계를 대표해 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 이들이 광주형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규정한 조직의 의결을 위반해 제명을 결의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가 추인하면 제명이 확정된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작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은 낮추는 대신 기업 투자를 끌어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국내 초유의 노사정 상생 모델이다. 공장이 가동되면 직접고용 1000여 명, 간접고용 1만여 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성공의 관건은 노사 합의가 끝까지 지켜지느냐다. 새 공장 노조가 현대차 근로자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고 파업을 일삼는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기아차 지부의 제명 추진은 이런 우려를 증폭시킨다. 오죽하면 이 전 지회장이 “광주형 일자리의 내용이 뭔지, 뭘 추구하는지를 아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하겠는가.
비상식적인 민노총 조직원들의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민노총 조합원 500여 명은 3일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저지를 위해 국회 담장을 부수고 난입하다 김명환 위원장 등 25명이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경찰과 기자를 폭행하고 공권력을 유린했지만 되레 “정당한 분노의 표출”이라고 적반하장이다. 더욱이 경찰은 “혐의를 인정했다”는 이유로 이날 저녁 이들을 모두 석방해 공권력이 민노총 눈치를 본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민노총은 스스로 100만 조합원이 가입한 노동 주체라고 하지만 1999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후 20년째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다.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행정·사법기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툭하면 점거 농성을 벌인다. 광주형 일자리,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은 우리 사회가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어렵게 도출한 결과다. 싫다면 대안이라도 제시해야지, ‘깽판’만 치면 어쩌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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