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김연철 통일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법적으로는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3·8 개각 참사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감안할 때 이는 민심을 외면한 처사이며, 앞으로 국정은 마음대로 하겠다는 국정 마이웨이 선언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로써 현 정부가 출범한 지 2년도 되기 전에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후보자가 10명이 됐다. 박근혜 정부 4년 2개월 동안 그 수가 1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문재인 정부의 협치(協治)지수가 바닥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에 지명된 장관 후보자 7명 중 2명이 낙마했을 때부터 김연철 박영선 장관 임명은 예고됐다. 두 후보자가 3·8 개각의 핵심이기 때문에 낙마 카드와 빅딜을 해서라도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파다했다. 김 후보자는 금강산 박왕자 씨 피살사건에 대해 “어차피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했고, 천안함 폭침 사건은 “우발적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인성을 의심할 만한 막말도 속속 드러났다. 청문회에선 과거 발언 내용을 180도 바꿨지만 일시적인 위기 모면용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박 후보자도 정치자금법 위반, 미국 변호사인 남편의 소송 몰아주기 의혹 등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되지 못했다.
청와대가 “인사추천과 검증은 시스템으로 이뤄진다”며 인사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청와대 인사-민정라인을 감싸고도는 것은 궤변에 가깝다. 인공지능에 의한 시스템이 아닌 이상 조현옥 인사-조국 민정수석에게 인사추천과 검증 부실의 명백한 책임이 있다. 문재인 청와대가 전범으로 삼는 노무현 청와대는 2005년 1월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낙마하자 당시 인사-민정수석을 함께 경질했다. 청와대가 ‘조-조 라인’ 비호에 나선 것은 3·8 개각 참사의 책임을 피해 보려는 정치적 꼼수다. 자신들의 잘못엔 한없이 관대하면서 야당과 비판세력에 추상같다면 앞으로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문 정부는 한 달여 뒤에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국정 지지율이 하강 곡선을 그리는 등 민심이 여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경고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취임 초기 고공 행진하던 지지율을 믿고 밀어붙이던 국정운영 스타일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야당과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오기 정치는 고립과 국론 분열을 자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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