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동 걸린 이재명표 ‘靑年 연금 대납’… 현금복지 제어 신호탄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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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만 18세 청년에게 국민연금 첫 달 보험료 9만 원을 대납해주는 경기도의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경기도는 청년들의 국민연금 조기 가입을 유도해 노후 연금수령액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했으나 복지부는 국민연금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한다고 봤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나머지 가입자에게 연금재정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이유다.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사업만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현금복지 경쟁이 돌림병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신설된 사회보장제도 중 현금성 복지는 489건, 약 4300억 원에 이른다. 2017년(1273억 원)에 비해 3.4배나 늘어났다.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지자체가 현금복지 공약을 남발한 탓이다. 중앙정부의 각종 수당과 겹치는 것도 큰 문제다. 만 6세 미만 아동수당(10만 원)이 이미 도입됐는데 강원도는 신생아에게 4년간 월 30만 원을 지급한다. 서울 중구 어르신공로수당(10만 원)은 기초연금과 중복된다. 최대 6개월간 50만 원씩 주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 있는데도 경기도는 만 24세가 되면 연간 100만 원의 지역화폐를 준다.

이런 현금복지 경쟁은 원칙을 세워두고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않으면 지자체 스스로 중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역주민이 정책을 체감하기 쉽고, 인근 지자체와 쉽게 비교가 되기 때문에 순식간에 경쟁이 과열된다. 무분별한 현금복지는 지자체 재정을 악화시키고, 효과를 검증하기도 어려워 사실상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반드시 정부의 동의를 얻도록 한 지침이 바뀌었다. 정부로선 마땅한 견제장치가 없어진 것이다. 정부는 현금복지, 지자체는 서비스복지를 맡아 역할을 명확히 분담하고 지자체 간 현금복지 경쟁을 제어할 장치를 부활해야 한다. 한번 실행된 복지는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지금처럼 정부가 수수방관하다가는 지자체 재정이 파탄 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국민연금#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현금복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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