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대착오적인 ‘자사고 죽이기’ 정책 이젠 접을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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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추진 중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그제 자사고 지원 학생의 일반고 중복 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재판관 9명 전원일치의 헌재 결정은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이 헌법적 가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복 지원 금지는 위헌이 됐고, 자사고와 일반고가 동시에 학생을 선발하게 한 시행령은 위헌결정 정족수(6명)에는 못 미쳤지만 위헌 의견(5명)이 합헌 의견(4명)보다 많았다. 헌재 결정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각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 변경 방침도 철회해야 한다.

자사고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처음 도입될 때부터 고교평준화 제도를 원칙으로 하면서 평준화 교육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학생은 거주지와 상관없이 원하는 학교에 지원할 수 있고, 학교도 건학 이념에 맞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육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보장하는 것은 사립학교 제도의 본질적 요체다. 특히 자사고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대신에 일반 사립고보다 폭넓은 자율권을 누리고, 학생선발권에 대한 규제도 되도록 받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번 헌재 결정이 시대착오적이고 이념편향적인 자사고 고사(枯死) 정책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해 일반고 교육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자사고를 없애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일반고의 위기는 자사고나 외국어고, 국제고를 없애는 방향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여 발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다. 수월성 교육을 통해 교육 경쟁력을 더 키우는 기회를 열어주면서 동시에 일반고를 통해 교육 기회 평등을 구현할 길을 찾아야 한다.
#교육부#자사고#자사고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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