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어제 노사 간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을 3년으로 연장할 것과 노조 파업 시 직장 점거를 국제 노동기준에 맞게 규제할 것을 권고했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계 개선위원회의 박수근 위원장은 이런 내용의 공익위원 의견을 발표했다. 당사자인 노사는 빠진 채 공익위원들만의 합의인 데다 본위원회 결정이 남아 있지만 지난해부터 수십 차례 회의를 통해 전문가들이 합의한 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가지 사항은 경영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상한이 2년으로 돼 있어 노사는 타협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시 임금·단체협상을 시작하는 등 소모적 갈등과 비효율을 부추기는 요인이 돼 왔다. 일본은 3년, 프랑스가 5년이고 독일과 미국은 특별한 규정이 없다. 직장 점거 역시 다른 나라들은 파업 장소를 제한하는 데다 사업장을 점거한 채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봉쇄하는 것을 위법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노조가 주요 시설을 점거하고 ‘옥쇄 파업’을 하는 바람에 극한 대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 공익위원안은 국제적 추세를 감안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공익위원들은 경영계가 요구해온 ‘쟁의 기간 중 대체고용 금지’는 국제 노동기준과 헌법의 취지를 고려해 현행대로 유지할 것을 권했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금지 역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설립신고 제도 폐지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계 요구안도 포함시켰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모두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노조 탄압의 빌미가 될 것”이라며 반발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체고용 금지 및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안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노사 양측이 각자 자신의 요구를 100% 관철시키려고 한다면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기 어렵다. 경기가 하락하고 기업들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단체협상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약속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계속 미루면 분쟁 절차로 들어가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경사노위 내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회가 합의안을 받아 법 개정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세부안을 보완해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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