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르노삼성 노조, 셧다운 넘어 공장 폐업 자초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7일 00시 00분


르노삼성자동차 노사의 극한 대립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장 기간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자 최근 일본 닛산은 르노삼성에 위탁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생산물량을 10만 대에서 6만 대로 줄인다고 통보했다. 르노 본사 또한 한국에 배정하려던 유럽 수출용 신차 물량을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키로 가닥을 잡고 있다. 급기야 회사 측은 이달 말부터 닷새간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셧다운)하기로 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58차례 234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였고, 이로 인한 매출 손실만 24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조는 당초 요구해온 임금 인상에 더해 인력 전환배치 등의 문제를 노사 합의 사항으로 바꾸자는 추가 요구안을 내놓았다. 투쟁 강도를 높이기 위해 민노총 가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셧다운을 넘어 공장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를 위기가 몰려오는데 노조만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르노삼성 창립 멤버로 26년간 근무했던 한 부사장은 최근 노사분규 장기화에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면서 “우리는 국내 본사에 소속된 공장이 아니라 외국계 기업에 소속된 하나의 자회사에 불과하다.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은 우리의 고용과 회사의 존립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모든 직원에게 보냈다. 노사 갈등이 계속되면 르노그룹이 언제든 철수할 수 있는 현실을 자각하자는 호소를 남긴 것이다.

노사 갈등이 7개월로 접어들면서 부산·경남지역은 이미 납품 물량이 최대 40%까지 줄어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하는 협력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로 간 한국GM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를 노사 모두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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