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부터 의무교육을 실시했을 정도로 교육을 중시하는 유대인은 세계 어디에 살든지 예시바(yeshiva)라는 도서관을 세웠다. 예시바는 ‘앉아 있다’는 뜻의 히브리어로 모든 탈무드 주제를 앉아서 공부한다는 데서 유래한다. 흥미로운 점은 도서관에 앉으면 맞은편이나 옆에 앉은 사람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 책읽기보다는 대화를 위해 만든 공간 구성이다. ‘공부=대화’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 보니 도서관이 시끄럽다. 우리네 칸막이 구조 도서관의 조용함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전통적인 유대인 가정도 거실에 앉으면 가족들이 얼굴을 마주보도록 가구가 배치돼 있다. 대화를 유도하는 공간 구조다. 앉으면 정면에 TV가 있고, 가족들은 옆모습도 보기 힘든 우리식 거실 구조와는 대조적이다.
유대인들은 이처럼 공부는 물론이고 생활 자체가 대화와 토론 중심이다. 대화와 토론을 하다 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저절로 떠오른다는 생각에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으려고 어쩌다 한 번 하는 ‘브레인스토밍’이 이들에게는 일상이다. 물론 이들이라고 대화와 토론 잘하는 방법을 타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디선가 누군가 가르치고 배웠을 것이다. 대화법은 언어를 습득하는 시기에 함께 가르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결국 가정이고, 유대인들이 그토록 밥상머리 대화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유대인들은 가급적 매일 하루 한 끼는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학교 및 종교생활, 진로 직업선택 등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아들이 5∼7세부터 온 가족이 저녁식사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눴다”며 “처음에는 일상생활을 주제로 함께 생각하고 토론했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다”고 말했다.
유대인이 노벨상의 20∼30%를 휩쓰는 비결이 ‘밥상머리 대화’라는 주장까지 있다. 200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던 데이비드 그로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과학분야에서 유대인이 탁월한 이유는 유전적 요인이 아니라 밥상머리에서 부모들이 자녀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대화 때문”이라며 “아버지와 삼형제가 매일 저녁을 먹으면서 다양한 주제를 두고 지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얘기했다.
우리도 밥상머리 교육을 중시한다. 하지만 주로 ‘어른보다 먼저 밥숟가락 뜨지 말라’ 등 식사예절 위주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등 가족들이 함께 모일 날이 많다. 이런 날을 계기로 밥상머리 대화를 본격 시작해 보면 어떨까. 매일이 힘들면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특히 진로 직업 선택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인정해주는 일을 하면 어떤 일을 해도 신이 난다. 가정에서의 대화가 자신감 있는 진로 찾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질문하는 방법 등 대화의 테크닉을 훈련하는 것은 덤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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