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이는 OECD 평균보다 41분 짧고 중국의 9시간 2분, 프랑스의 8시간 50분과 비교하면 한참 동떨어졌다. 그래도 꼴찌는 7시간 22분의 일본에 내줬으니 위안이 될까. 다만 조사 대상을 직장인으로 좁히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6시간 6분으로, 만성 수면 부족 상태다.
▷잠 부족은 고혈압, 심부전, 뇌경색 등 각종 질병의 원천이 되고 판단력은 물론 행복감에도 악영향을 준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스탠리 코런은 저서 ‘잠도둑들’에서 전구를 발명해 인류의 밤을 밝힌 토머스 에디슨을 인류의 적으로 돌렸다. 해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해온 인류가 에디슨 탓에 ‘잠 빚’에 시달리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또 스스로 잠을 점차 줄여가며 효율적인 수면시간을 찾아봤더니 하루 5시간 이하로 자면 “바보가 되더라”는 결론도 내렸다. 호주의 연구진이 24시간 동안 자지 않은 사람의 뇌 기능을 조사해 보니 혈중알코올농도 0.1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더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운전자라면 면허가 취소되는 수치다. 수면 부족이 사회적 비용과 위험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잘 자는’ 데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불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을 다루는 수면클리닉이 성업 중이다. 산업계에서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수면경제)’란 신조어가 생겨 첨단기술인 ‘슬립테크(Sleeptech)’를 곁들여 현대인의 숙면을 돕는다. 숙면을 위한 국내 시장규모는 2012년 5000억 원에서 최근 2조 원대로 부풀어 올랐다. 숙면 매트리스나 ‘기절 베개’에서부터 백색 소음을 들려주거나 수면의 질을 체크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첨단 상품들이 소비자에게 ‘꿀잠’을 안겨주겠다고 유혹한다. 자투리 시간에 낮잠을 자게 해주는 수면 카페, 시에스타 영화관, 수면 캡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현대인의 잠 부족은 시간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저널리스트 브리지드 셜트는 저서 ‘타임 푸어’에서 현대인들이 시간에 쫓기는 이유를 ‘자신의 시간에 대한 통제권이 없고 일정이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서 찾았다. 결국 숙면은 자신의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조금이라도 갖는 것, 욕심과 압박감을 내려놓는 것, 혹은 이런 상태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 아닐까. 여기에 수면에 적당한 환경과 운동, 그리고 담배 커피 술 등 자극적인 성분의 조절은 기본이다. 잘 자야 건강을 지키고 행복해지며, 행복해야 잘 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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