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로 2008년 4분기(10∼1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8% 성장했다.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2017년 4분기 ―0.2% 이후 처음이다. 시장의 예상치보다 나쁜 ‘성장률 쇼크’에 어제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고 주가는 떨어졌다.
수출과 투자가 함께 부진한 것이 역성장의 주요 원인이라고 어제 한국은행은 밝혔다. 수출이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인 데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에 정부지출과 설비투자가 집중됐던 기저효과 등 일시적이고 이례적인 요인이 작용한 영향이 크다”면서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비관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3%로 크게 낮췄다. 하반기에도 엄중한 대내외 여건으로 수출 투자 소비 어느 것 하나 낙관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개연성마저 보인다. 한국은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에다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자영업 경기가 나빠진 데다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은 장기 불황마저 우려된다.
성장률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것은 잘못된 경제 정책을 대수술하라는 신호다. 현장 곳곳에서 경보음이 울려왔는데도 정부는 이를 외면해왔다.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는데도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 호황 때나 검토할 법한 법인세, 소득세 인상에 나선 것은 물론이고 친노동 정책을 쏟아내며 민간의 투자 의지를 꺾었다.
정부는 올해 470조 원의 ‘슈퍼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6조7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추가해 올해 목표치인 2.6∼2.7%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민간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혁파를 가속화하고 수출 증대와 가계소득 확대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경기 지표가 좋아질 때까지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에라도 들어가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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