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법조인이 있는 자리에 가면 꼭 나오는 질문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2년 임기는 7월 24일까지다. 석 달 가까이 남았지만 차기 레이스가 시작됐다는 방증이다. 검찰 안팎에선 그 주자로 봉욱 대검찰청 차장(54·사법연수원 19기), 김오수 법무부 차관(56·20기), 이금로 수원고검장(54·20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23기) 등이 많이 거론된다. 윤 지검장은 검사장이다. 세 고검장의 연수원 후배지만 나이는 제일 많다.
차기 총장을 추론하는 대화의 초점은 주로 청와대 의중에 맞춰진다. △그를 청와대 실세 ○○○가 밀고 있다 △그가 한 수사에 청와대가 만족했다 △○○ 출신이 총장이 되면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된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청와대는 그가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다 등이다. 물론 리더십, 후배 검사들의 신뢰, 합리적인 판단 능력, 수사 경험과 성과도 비교한다. 하지만 대개 부차적 수준에 그친다. 큰 차이가 없거나 장단점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 청와대는 ‘우리 편’을 선택하는 걸 익히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출 변수가 생겼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것이다. 검찰의 힘을 빼고, 권한을 다른 기관에 넘기는 법안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총장 자질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다. 청와대가 추진하는 법안이라 더 그렇다.
“검찰 조직의 명운이 걸렸는데, 이렇게 조용할 수 있나.”
한 간부 검사는 지난달 29일 오후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이 임박하자 탄식했다. 22일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 추진에 합의한 뒤 일주일 동안 검찰의 공식 문제 제기가 전혀 없었던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문 총장은 지난주 거취를 고민했다. 항의의 뜻으로 사임할지 숙고한 것이다. 그런데 대검 간부 회의에서 다수가 총장직을 유지하면서 법안의 부당성을 지적할 것을 건의했다. 소수는 사퇴로 저항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문 총장은 일단 다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28일 11박 12일 일정의 해외 출장을 떠났다.
그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고위 간부 등 다른 검사들은 패스트트랙 지정 전까지 침묵했다.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사적인 자리에선 “국가 사법체계에 구멍이 뚫린다”고 반대하면서도 그랬다. “자유한국당이 잘 막아주면 좋겠다”고 한 검사도 있다. 결국 낭패만 당했다. 그리고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에야 일부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완곡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문 총장은 ‘사퇴 카드’를 쓸 시점을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검사들은 문 총장이 앞장서길 기다렸을 수 있다. 그들은 어쩌면 총장이 결정하고 책임지는 게 검찰 조직의 불문율이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검사가 신념에, 의지에 반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넋 놓고 있었던 게 문제의 본질이다. 법안 찬반의 옳고 그름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총장이 되고 싶어서, 승진 때문에, ‘우리 편’을 찾는 청와대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그랬던 것인가. 그런 검사가 청와대 뜻에 반하는 수사에 착수나 할 수 있을까. 그런 검찰에서라도 총장만 되면 좋다는 것인가. 자리 욕심에 신념도 의지도 감추는 자를 청와대는 총장으로 앉힐지 지켜볼 일이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저서 ‘전쟁론’에서 “지휘관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대담성은 사려 깊은 정신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했다. 신중함이 미덕이라는 것이다. 차기 총장 주자들도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클라우제비츠는 이렇게 분석했다. “아군과 적의 지휘관이 똑같은 수준의 통찰력을 갖고 있을 때는 대담성보다 소심함 때문에 전쟁을 망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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