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들 실적 급락, ‘개혁’ 총대 멘 방만경영 탓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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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그제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를 보면 공기업 등 339개 공공기관은 지난해 1조10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2017년의 7조2000억 원에서 85% 급감한 ‘어닝 쇼크’ 수준이다. 현 정부 출범 전인 2016년(15조4000억 원)과 비교하면 2년 새 14조 원 이상의 순익이 사라졌다. 이 추세라면 이명박 정부 때 공공기관이 대규모 국책사업에 동원돼 무더기 적자를 내던 상황이 조만간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공공기관의 급격한 수익성 악화는 정부의 무리한 정책 전환이 초래한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원전 정책 전환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정책 총대를 메느라 실적이 나빠지고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심화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7년 3680억 원 흑자에서 1년 만에 3조8950억 원 적자로 급전한 것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의 여파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각각 1조1745억 원, 1020억 원 순손실을 냈다. 원전 가동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직격탄을 맞아 우량 공기업들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민간기업이라면 이 같은 실적 악화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정상이지만 공공기관들은 오히려 직원을 늘려 인건비 부담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거꾸로 행태를 보였다. 정부가 민간 일자리 감소를 메우기 위해 공공기관 채용 규모를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압박한 탓이다. 지난해 말 공공기관 임직원은 38만3000명으로 1년 새 3만6000명 늘었는데, 이 중 2만4000명이 정규직 전환 수혜자였다.

공공기관의 속성상 영리만을 추구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이고 내실 있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민간기업 못지않게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기본적인 수익성도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와 방만경영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 정부 때 어렵게 도입됐던 성과연봉제는 폐기됐고 이에 대한 절충안으로 제시된 직무급제도 노조의 반발로 진전이 없다. 공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제때 투자를 할 수 없어 그만큼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적자가 누적되면 공공요금을 올리거나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공공기관 개혁을 외면한 채 무리한 정책에 공기업을 동원해 국민 부담을 늘리는 구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기획재정부#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공공기관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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