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때문에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성분, 해결책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발전소, 제조업 작업장, 건설기계, 자동차 등 다양한 발생원으로부터 나오는 미세먼지는 생성 과정이 복잡해 어디서 얼마나 배출되는지 측정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석탄화력발전과 더불어 미세먼지 발생원으로 지목된 경유차는 억울하다. 수송 부문 미세먼지가 모두 경유차에서 나온다고 가정하고 그 기여도를 최대로 잡아도 경유차는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9% 정도만 차지한다. 경유차를 모두 없애도 미세먼지는 크게 줄지 않는다.
한발 양보해 노후 경유차는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라 해도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신형 경유차는 휘발유차와 비교해 미세먼지 배출량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덜하다. 지난해에도 한국에서 1000만 대에 가까운 경유차가 운행됐지만 10월의 가을 하늘은 내내 맑았다. 이쯤 되면 무리한 석탄 사용으로 발생한 중국발 미세먼지의 누명을 경유차가 뒤집어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2003년 이후 10여 년간 우리나라, 특히 수도권의 대기질 개선이 이뤄진 데에는 경유차 규제와 기술개발이 큰 역할을 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차라고 불리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자동차로 경유차를 대체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전기를 만드는 과정이나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과연 경유차보다 적을지 따져봐야 한다. 경제성과 기술성 면에서도 친환경차는 갈 길이 멀다. 경유차는 연료 소모가 적어 자영업자가 이용하기 좋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앞으로 반세기 안에 경유차를 대체할 만한 동력원이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폭스바겐 등 일부가 문제를 일으키긴 했지만 탁월한 동력 성능, 연료 경제성, 적은 온실가스 배출 등은 경유차의 큰 장점이다.
경유세를 올리고 경유차를 없애자고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노후 경유차를 신규 경유차로 대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경유차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경유차는 몰아낼 대상이 아니라 기술 개발로 업그레이드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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