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25시/유근형]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 여야의 손익 계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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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규탄 3차 장외집회에서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자유한국당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규탄 3차 장외집회에서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유근형 정치부 기자
유근형 정치부 기자
요즘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을 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이중적이다. 겉으로는 “국회로 빨리 돌아오라”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저러면 자기들만 손해일 텐데…”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중진 A 의원은 사석에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차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사람들 같다”고도 했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에 항의하기 위한 장외투쟁이 보수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 확장에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두 사람 모두 확장성은 포기하더라도 일단 보수의 대표 주자가 되겠다며 지지자들만 보고 경쟁하는 국면 아니냐”고도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당 대표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떠돌던 ‘황나땡’(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나오면 땡큐)이란 말이 다시 회자되기도 한다.

한국당이 국회 밖으로 나가다 보니 정작 놓치는 것도 많다는 말이 여당에서 종종 들린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국회 몸싸움, 욕설, 장외집회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부각할 기회를 한국당이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성장률 쇼크 이슈가 대표적이다.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3%로 외환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10∼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의 간판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이슈를 둘러싼 논란을 재점화할 수 있었지만 패스트트랙과 장외집회에 묻혀 야당이 제대로 물고 늘어질 겨를이 없다는 것.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B 의원은 “한국당이 국회에서 마이너스 성장률에 대해 따졌다면 우리로서는 머리가 아팠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재선 C 의원은 “강원 산불 지원에 비해 포항 지진 피해 지원은 미미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는데, 한국당이 이런 포인트들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한국당의 “문재인 정부=좌파 독재”라는 구호를 접한 민주당 의원들의 겉 표정은 분노하는 듯하면서도 속으론 안도하는 듯하다.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의 한 의원은 “태극기부대 등 일부 보수층은 ‘독재’라는 구호에 동의할지 모르지만 일반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지 모르겠다. ‘좌파=무능’이라고 외쳤다면 좀 아팠겠지만…”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권의 냉소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한국당의 장외전은 기본적인 목표는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3주 연속 상승한 33.0%를 찍으며 민주당(40.4%)과 함께 동반 상승했다. 황 대표는 리얼미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월간 조사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꾸준히 상승해 22.2%(4월 30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난파선에 가까웠던 야당을 정상화시키면서 여당과 싸울 기초 체력을 갖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와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직접 겨냥하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면 여권이 느낄 압박은 지금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북한의 도발 재개로 공격의 장이 열렸다. 국회 국방위원회 등 조금 더 차분한 무대에서 여당과 문재인 정부 2년의 대북정책 공과를 두고 다투는 게 광장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겉으로는 여당이 주도한 패스트트랙이 지정되면서 민주당이 승리하고 한국당이 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유불리는 따지기조차 어렵다. 결국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촉발된 내년 총선의 키는 ‘어느 진영이 얼마나 더 환골탈태해 미래 세력으로 각인되느냐’에 달려 있을 듯하다. 적폐청산을 버리지 못하는 민주당도, 장외에 머물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한국당 누구도 제대로 다가서지 못했다. 과연 누가 먼저 변화의 키를 쥘 것인가.
 
유근형 정치부 기자 noel@donga.com
#자유한국당#장외투쟁#더불어민주당#패스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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