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된다. 지난 2년의 국정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경제와 고용·노동 분야의 성적표가 기대 이하인 것은 이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역점을 둔 대북정책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국정 기조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적폐청산, 소득주도성장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나 쓴소리는 정권을 흔들기 위한 발목잡기로 규정하며 귀를 닫았다. 이 때문에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 경직되게 추진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경제 분야의 성적표는 국민이 느끼는 체감지수와 청와대의 인식 사이에 괴리가 컸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소득주도성장을 고수했지만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로 2008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불가침 영역으로 만든 것은 경제 정책에 진영 논리 잣대를 들이댄 패착이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는 분명해졌고, 문재인 정부가 운전자를 자임한 ‘평화 프로세스’는 표류하고 있다. 이럴수록 한미 공조를 다져 북한 설득에 나서야 하는데도 여전히 북한의 선의와 태도 변화에 기대고 있다. 외교안보의 현실은 냉정하다. 국익을 위한 냉철한 인식과 대응이 절실한 대목이다.
적폐청산이 2년 내내 이어지면서 피로감도 커졌다. 낡은 제도나 폐습의 청산보다는 인적 청산에 치우친 탓이 크다. ‘청와대 정부’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청와대의 독주가 2년간 계속됐고, 그 과정에서 코드 인사와 낙하산 논란이 이어졌다. 이처럼 국정 곳곳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비판과 충고에 귀를 닫고 일방통행으로 치달은 결과다.
취임 2주년의 저조한 성적표는 문 대통령에게 2년 전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통합과 공존’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원로들이 고언했듯이 한 계파의 대통령이 아니라 전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중단 없는 적폐청산”을 선언하면서 통합과 협치 요구에는 고개를 돌린 듯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 그래야 분열과 갈등을 청산하고, 닫힌 국정에서 열린 국정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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