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와 결정은 기존 체계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정부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여야 대치로 국회의 법 개정 처리가 무산되자 기존 방식을 다시 적용키로 한 것이다. 결정체계 개편 논의 이후 줄곧 사퇴 의사를 밝혀온 류장수 위원장을 포함한 8명의 민간 공익위원들은 어제 집단 사퇴의 뜻을 최종 확인했다.
현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 요소인 최저임금 인상은 2018년 16.4%, 2019년 10.9% 각각 올라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용 상황을 더 악화시킨 무리한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땜질하기 위한 일자리안정자금 예산만 2년간 5조8000억 원이 편성됐다.
과도한 인상으로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구조를 개편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국회 입법이 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폭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대통령의 정책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노사 간 견해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어차피 원만한 합의는 쉽지 않고 결국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일 수밖에 없다.
경제 전문가와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은 동결 수준으로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노동계와 소득주도성장 옹호자들 가운데는 정책의 강도를 더 높여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지난 2년간의 인상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도한 인상이 재연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새 공익위원부터 편향되지 않은 전문가들을 선정해야 한다. 중소기업 자영업 대표들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내년은 일단 기존 체계로 진행되지만 국회는 최저임금법 개정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결정구조 개편이라는 형식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지역별 업종별 차등지급 도입 방안 등을 포함해 ‘어떻게 합리적인 인상폭을 도출할 것인가’라는 내용에 초점을 맞춰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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