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 못하는 공영방송 대신해
종편, 공정보도-일자리 창출 기여… 공익 목적 위해서도 의무송출 필수적
굳이 종편만 겨냥한 이유 납득 안 돼, 방송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지 말라
정부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4개 종합편성(종편) 채널을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서비스의 의무송출 채널에서 제외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종편들이 의무송출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현행 10∼20번대에 있는 종편의 채널 번호가 100번대 밖으로 밀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시청자 가까이 있던 종편은 시청자에게서 멀어지고 존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종편이 의무송출된 과정과 의무송출 폐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 방송전문가는 “한국에는 공영방송은 없고 ‘노영방송(노조가 운영하는 방송)’만 있다”고 말한다. 공영방송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동안 종편은 보도 기능으로 공영방송에 부족했던 공공 역할을 잘해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언론과 방송 발전, 일자리 창출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그런데 종편들이 의무송출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니, 우려가 된다.
방송법 제70조 및 동법 시행령 제53조에 따라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 등 플랫폼사업자는 종편 4사(채널A, MBN, JTBC, TV조선)와 보도 채널 2사(YTN, 연합뉴스TV), 공공(3개), 종교(3개), 장애인(1개), 지역(1개), 공익(3개) 등의 채널을 의무송출해야 한다. 의무 재송신 채널(KBS1, EBS)까지 포함하면 의무송출 채널은 총 19개다. 정부는 지난해 이들 중 종편만 의무송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했고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를 실행하려 한다.
종편만 의무송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라리 19개 의무송출 대상 전부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맞다. 굳이 시장 원리를 적용한다면 아예 모든 의무송출 대상을 폐지하는 것에서부터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종편만을 의무송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종편 채널의 의무송출 지정 배경을 살펴보면 2011년 종편 4개 채널 승인 이후 채널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점을 고려해 이들을 의무송출 채널로 분류했다. 이로써 종편은 방송망을 갖추지 않아도 전국에 방송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보도 기능을 잘 살리고 그 나름의 역할을 수행해서 언론과 방송산업 발전, 시청자 만족도 제고 등에 충분히 기여했다. 산업 발전에 기여한 측면을 보면 저비용항공사(LCC) 설립이 항공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에 크게 기여한 것과 비견될 수 있다.
종편 의무송출은 종편 채널사업자(PP)에 ‘절대 갑’인 플랫폼사업자 우위 시장에서 방송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종합편성 채널 등 유료방송이 의무송출 채널로 지정된 이유는 이 같은 입법 취지에 그대로 반영됐다.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의 특성상 새로 설립된 종편에 대한 의무송출을 통해 최소한의 생존 조건을 마련해 준 것이다. 유료방송의 시청률이 높아지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플랫폼 우위의 시장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무송출 제도 변경은 시기상조다. 의무송출은 방송 생태계(방송산업) 발전과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
종편의 의무송출은 공익적 목적과 공공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종편과 보도전문 채널은 ‘보도’를 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는 특수한 PP이다. 최초 승인과정은 물론이고 재승인 때마다 공공성과 공정성을 주된 심사기준으로 평가받고, 이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이 같은 철저한 심사의 이유 중 하나는 의무송출 채널 지정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
종편 의무송출 제도가 사라져 플랫폼사업자가 종편과 보도전문 채널 송출을 좌우하게 되면 거대 플랫폼사업자들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송출 권한을 무기로 삼을 수 있다. 이는 방송의 공익적 목적과 공정성 보장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보도 분야 편성이 가능한 보도 채널과 종합편성 채널을 의무적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현행 종편 의무송출 제도는 언론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방송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방송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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