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부부의 날입니다. 다행히 제 아내는 부부의 날에 관심이 없습니다. 건망증이 심한 저도 기념일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죠. 하지만 혹시 몰라서 오늘은 고생한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과 사과의 노래를 소개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못 했지만, 마음처럼 잘해주지 못했지만, 외로울 때 위로가 되지 못했지만, 그래서 후회하고 있지만, 이것만은 알아줘. 당신이 늘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엘비스 프레슬리, 펫숍보이스 등 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불렀지만 저는 윌리 삼촌의 것을 좋아합니다. 아내 앞에 선 한심한 남편의 불안과 청승에 공감하기 때문이죠.
부부 치료는 가장 어려운 정신치료 중 하나입니다. 의사가 서로에게 분노하고 있는 양쪽의 신뢰를 다 얻어야 하기 때문이죠. 먼저 힘이 더 세서 공격을 담당하는 쪽을 누그러뜨려야 하는데, 강자의 기분이 상하면 치료는 곧 종결되고 맙니다. 반면 강한 쪽의 의견을 너무 반영하면 약한 쪽이 치료에 협조하지 않으며 의사를 돌팔이로 만들죠. 성공적인 치료의 전제조건은 서로 다른 대안이 없으니 함께 잘 살아 보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과 결심입니다. 그래야 억울하지만 내가 먼저 자발적으로 양보하고 상대방과 더 현명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변화를 추구할 수 있죠. 행복한 부부가 되려는 분들께 좋은 계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70년 이상 단란한 부부생활을 한 세계 최장수 부부상 수상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부부 백년해로 헌장’ 일부입니다.
첫째, 인내하며 다툼을 피하라. 성숙의 기본은 인내심이지만, 성숙하지 못하다면 최소한 무조건 참지만 말고 머리를 써야 하죠.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하면 먼저 내 잘못을 돌아보고, 두 번째 도발엔 상대가 실수했다고 믿어 보고, 세 번째 도발에는 날 화나게 하려는 것이냐고 언어적 확인을 하는 것입니다. 세 번은 참아줄 수 있잖아요?
둘째, 칭찬에 인색하지 말라.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대단한 손해도 아닌데, 하면 더 좋은 것이 돌아오곤 하는데 아낄 필요가 있겠습니까? 인간은 자신을 인정해주는(다른 의도가 있다 해도) 대상을 좋아합니다.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하겠죠. 안타깝게도 사랑은 말과 행동으로만 드러나니까요.
셋째, 함께 기뻐할 일을 만들라.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데 그치지 말고, 나는 별로라도 상대방이 기뻐할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나에게 득입니다. 이왕이면 함께 기뻐할 일을 하면 좋을 텐데 아직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함께 공유하거나 즐길 수 있는 활동과 취미를 만드는 것이 좋겠죠.
넷째,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과도한 의존의 결과는 늘 상대방에 대한 실망과 비난입니다. 결혼은 중간 지점에서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상태여야 하죠. 아이처럼 보살핌만 받는 것이 아니라 어른처럼 책임져야 하죠. 배우자에게 걸었던 기대가 타당했는지, 나도 배우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노력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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