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차국헌]軍 전문연구요원 공정하게 뽑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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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국헌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겸 공대 학장
차국헌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겸 공대 학장
수도권 공대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A 씨. 과학고를 조기 졸업한 A 씨는 연구를 통해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공대에 진학했다. 기대는 대학원에 오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많은 박사과정 학생들이 매일 저녁 서울 강남 영어학원을 전전하고 있었다. 매해 높아지는 전문연구요원(전문연) 경쟁률 때문에 합격에 필요한 영어 점수가 천정부지로 올라가서다. A 씨는 연구는 뒷전으로 밀어두고 스스로 전문연 준비생이 되는 것 같아 자괴감이 컸다.

수도권 이공계 학과의 군 미필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이다. 전문연은 병역자원의 일부를 국가 과학산업의 육성 및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병무청장이 지정한 연구기관 등에서 근무하게 하고 군 복무로 인정하는 병역특례 제도다. 이 제도는 40여 년간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고급 과학 인력을 공급하고 해외 인재 유출을 줄이는 등 국가 경쟁력 제고에 공헌해 왔다. 전문연 선발인원은 매년 2500명이다. 이 중 이공계 박사과정 전문연 정원은 1000명 정도. 이 중 600명은 영어 점수, 한국사 시험 등을 평가기준으로 선발한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전문연 선발의 경우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공계 연구전문가를 꿈꾸는 공대 박사과정 학생들이 전문연 경쟁에 매달리느라 본업인 전공 연구까지 소홀히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과학기술원(KAIST, UNIST, GIST, DGIST)의 대학원 박사과정에는 400명 정원이 배정돼 시험과정 없이 선발된다. 형평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 여기에 국방부는 병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이후 전문연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수 대학이 폐지 반대에 나섰으나 국방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긍정적 효과가 큰 제도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 국가에 기여하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국가의 과학자 양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전문연은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운영의 공정성도 중요하다. 과학기술원 대학원의 전문연 정원을 다른 대학교 대학원 정원과 통합하고 동일한 경쟁체계를 통해 선발해야 한다. 국가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책임질 이공계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 국방부, 교육부, 학계가 지혜를 모아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차국헌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겸 공대 학장
#과학기술원#국가 과학기술#전문연구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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