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지난해 7월 잦은 엔진화재 사고를 일으킨 5시리즈 10만여 대를 리콜하기 이전에 국토교통부가 해당 차종의 이상 징후를 확인할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차량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언제든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 불량 자동차가 도로를 누비도록 방치한 셈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에는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지난해 여름의 BMW 화재 사고들과 원인이 같거나 비슷한 6건의 소비자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신고자에게 ‘신고 내용이 접수됐다’는 통지만 했을 뿐 추가 분석과 조사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BMW가 2017년 11월 제출한 기술정보자료에 차량 화재사고와 유사한 고장 증상과 원인, 수리 방법이 나와 있었지만 이조차 검토하지 않았다. 국토부도 2017년 7∼12월 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 결함정보 수집·분석 월례 보고를 누락한 일을 문제 삼지 않았다. 두 기관 모두 나사가 완전히 풀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
2015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BMW 화재 사고는 총 40건에 달한다. 같은 회사 차량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면 차량 결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난해 7월 BMW 차량 화재가 큰 사회적 문제로 번질 때까지 방치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토부가 제작 결함이 확인된 차량에 대해 리콜 조치 대신 법적 근거가 없는 무상수리 권고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차량이 안전기준에 미달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이 있을 경우 리콜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토부는 교통안전공단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리콜이 필요하다고 보고한 60건 중 9건에 대해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 권고를 했다. 그 결과 106만여 대의 차량이 리콜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들 차량 중 17.8%만이 수리를 받았다. 교통안전을 책임진 기관들의 무사안일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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