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비교적 치안이 좋은 나라다. 그러나 요즘 잇따라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에 대해 들을 때마다 정신과 마음이 불안해진다. 과연 언제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렇게 어지러워졌을까. 한국어 수준과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각종 뉴스 헤드라인에 보이는 사회 뉴스를 보기 두려워 이제는 일부러 접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됐다. 뉴스를 멀리하는 게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기에 끊어 버린 지 몇 주째다.
나는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도 가장 바쁜 곳 중 하나인 서울역 인근에 거주한다고 이전 글에서 독자들에게 알린 바 있다. 이곳은 하루에 수십만 명이 다닐 정도로 복잡한 곳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며 어떤 사람들은 노숙을 하기도 한다. 종종 술에 취한 노숙인의 무례한 행동들이 눈에 보이지만 누구도 그들을 말리지 않는다. 가끔은 정신이 혼수상태가 된 노숙인을 구하러 119 구급대원들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마치 우리 사회에서 그림자 속에 가려진 사람들 같다. 누구도 이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뀐 사건이 있었다. 여느 때처럼 아이 손을 잡고 늦은 저녁에 지하철 출구에서 나왔는데, 휠체어를 탄 한 노숙인이 큰 빗자루를 들고 지하철 입구를 청소하고 있었다. 뒷모습을 보고 감동해서 가까이 가보니 한쪽 다리가 없었다. 나는 그냥 가만히 지나갈 수가 없었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늦은 밤에 청소하는 그를 보고 우리 사회에 숨겨진 영웅들이 있기에 우리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직은 사람 살 만한 사회라는 것을 느꼈다. 뉴스나 신문에서는 대부분 매일 같은 대형 사건을 반복해 보도하지만 이런 사소한 좋은 일들은 그 안에 잘 담기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는 너무 감동한 나머지 가까운 슈퍼마켓에 들러 먹을 것을 몇 개 챙겨 가서 그에게 건넸다. “날도 더운데 고생하시고 계셔서 사 왔다”고 말하니 그는 웃으며 봉지를 받았다. 자세히 보니 한쪽 눈도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가 사회의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고 하나를 더 배우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회적으로 장애인,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을 사회가 돌봐 줘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본인 삶이 힘들더라도 남을 돕는 것을 잊지 않고 실천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결혼이주여성과 그들의 자녀가 암에 걸린 아이들에게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경우도 봤고, 외국인 유학생들이 복지관이나 요양원 같은 곳에서 봉사하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사회의 보이지 않은 영웅들을 발견할 수 있다.
꼭 돈과 권력이 많아야만 우리 사회에서 안전이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역 앞에서 비질을 하던 그를 통해, 그리고 많은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의 사례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 목숨을 구하는 사람들 또한 잊을 수 없다. 악한 사람보다 선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해 주는 일이었다. 그 어느 시절에도 이런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존재하였기에 한국 사회가 빠른 시간 안에 발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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