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은 중학생 막내의 눈물 [현장에서/김소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7일 03시 00분


경기 의정부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집 앞에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쳐놨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경기 의정부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집 앞에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쳐놨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소영 사회부 기자
김소영 사회부 기자
21일 가족 3명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의정부시의 한 장례식장. 문상객을 맞이하는 상주는 앳된 얼굴의 중학생 서모 군(14)이었다. 서 군은 전날 발생한 ‘의정부 가족 3명 사망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다. 그날 새벽 서 군의 아버지(50)는 잠자던 아내(46)와 딸(17)을 흉기로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당시 다른 방에서 잠을 자던 서 군 혼자 화를 면했다.

부모와 누나의 빈소를 묵묵히 지키던 서 군은 한 조문객에게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터뜨렸다고 한다. 사건 당일 서 군이 잠에서 깨어나 마주하게 된 충격적인 장면은 서 군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서 군은 또 “누나 방에서 엄마의 시신을 확인했는데 어제까지 따뜻했던 엄마 손이 차가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 군은 그날 잠자리에 들면서 아침에 눈을 뜨면 집에 이런 일이 벌어져 있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 군은 경찰에서 “학교 숙제로 (사건 당일) 새벽 4시까지 손수제작물(UCC) 동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방에 들어와 ‘늦게까지 고생이 많다’고 얘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와 친구들은 평소 착실했던 서 군이 이 사건으로 큰 아픔을 겪게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서 군이 다니는 중학교 교사는 “입학 이후 한 번도 지각과 결석을 하지 않은 모범생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반 친구 박모 군(14)은 “(서 군의) 성적은 늘 90점 이상이었고 숙제도 참 열심히 했다”며 “평소 누나와 장난치며 노는 걸 좋아하는 밝고 활발한 친구였다”고 전했다.

서 군의 아버지는 억대 빚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운영하던 목공예점이 계속 적자가 나자 확인된 것만 약 2억 원의 빚을 지고 폐업했다. 그는 사건 전 친척에게 ‘삶이 어렵다. 돈이 필요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힘들어했다고 한다.

생활고를 비관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은 종종 일어난다. 6일 부산에서는 생활고를 못 이겨 장애가 있는 아들을 살해하려 하고 자살을 시도한 50대 남성이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어린이날인 5일에도 경기 시흥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 4명이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런 참담한 범행에 이르기까지는 말 못할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가족을 포함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권리는 없다. 가장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기 전 다른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은 다른 나라에서는 드문 ‘한국적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왜곡된 가족주의가 부른 참사라는 얘기다. 사망자에게는 살아볼 기회를 박탈하고 생존자에게는 ‘풀 수 없는 숙제’를 안기는 가장의 잘못된 선택은 더는 없어야 한다.

김소영 사회부 기자 ksy@donga.com
#의정부 가족 3명 사망 사건#생활고#가족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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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추천 많은 댓글

  • 2019-05-27 08:43:20

    정부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들은 외면하고 표만 사는 정책으로 국민혈세를 비처럼 뿌려대니 형편은 나을 기미가 없어 보인다. 국민들은 좋은 선택을 할 수 없다. 나쁜 독재자가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지만 이번에는 용코로 걸렸다! 나라가 망할 수 도 있겠다.

  • 2019-10-23 12:25:25

    비극적인 일로 죽는다!이놈들아 분해서 못견디겠다!이놈아 1조를 넘는 금액으로 이런 사람들을 살려야지.! 너히들이 우리 남한 국민들 다 죽이는것이다

  • 2019-10-23 12:22:40

    문재인 정부 문재인을 비롯한 이인영 들어라! 이렇게 남한국민들은 살기 힘들어 집단자살 아님 사랑하는 가족을 죽이고 죽고한다! 그런데 너히들의 본인들의 공산주의자 사상으로 너희들만 잘먹고 잘살려고 독재로 가냐! 이북에 1조가 넘는 금액으로 남한에 이런 비극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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