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5세 정년연장, 노동시장 개혁과 병행해 논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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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한 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년 연장 문제를 인구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 산하 10개 작업반 중 한 곳에서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당장 65세까지로 늘리겠다는 의미는 아니고 더 늦기 전에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사회적 합의를 모아갈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와 노동시장 상황을 보면 정년 연장 논의는 시급한 문제다.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불과 6년 뒤인 2025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노인인구인 고령인구부양비가 1980년에는 10% 미만이었다가 최근에는 20%로 올랐고 2050년에는 73%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100명이 벌어 73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경제구조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 부족을 더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홍 부총리는 “앞으로 10년간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베이비붐 세대가 연 80만 명, 10대가 들어오는 속도가 연 40만 명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효과는 완화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이른바 3D업종에는 일자리가 있어도 청년들이 취업을 꺼리고 있어 일부 산업현장에서는 정년 연장이 고용난을 해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고령 노동층과 달리 대부분이 고등교육을 받은 뒤 사회에서 경륜과 지식을 쌓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이다.

정년 연장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일본은 2013년 65세로 올린 데 이어 다시 70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독일 프랑스 등도 65세인 정년을 더 올리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도 정년 연장 방안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임금체계 등 노동시장의 제도적 변화와 병행해야 한다. 다른 여건은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일률적으로 올린다면 기업들은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년 60세로의 연장 당시 이와 병행해 임금피크제 도입 등 보완장치를 마련했듯이 65세로의 단계적 연장 과정에서도 여러 보완책이 가능할 것이다. 연금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노인복지 차원을 넘어서서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의 근본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정년 연장 방안이 심도 있게 검토돼야 한다.
#고령화#65세 정년연장#노동시장#홍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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