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면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아이 앞에서만큼은 서로 헐뜯지 말았으면 한다. 부부가 서로 헐뜯고 욕하는 것은 엄마 아빠의 피를 물려받아 태어난 아이에게 “너는 나쁜 피를 물려받았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남편한테 서운하거나 시댁과 갈등이 있을 때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너네 ○씨 집안은∼”이라고 표현한다. 공부를 할 때는 내가 행복해지고, 내가 주변을 이롭게 한다는 비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말들은 아이의 자긍심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
공부는 잘난 맛이 있어야 하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엄마 아빠의 나쁜 점도 내가 닮은 것이다. 자긍심 내지 자존감은 나 하나가 아니라 집안 전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부부가 서로 빈정대면서 하는 “네 친정아버지가 어떻고” 혹은 “네 언니들은 하나같이” 등의 말이 아이의 공부와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모두 아이의 자긍심과 연결된다.
아이가 자긍심을 느끼는 것은 부모의 학벌과 직업, 경제력, 좋은 집, 비싼 자동차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큰 자긍심을 주는 것은 엄마 아빠가 화목하고 서로 존중하는 모습이다. 부모가 경제력이나 학벌을 자긍심이라 강조하고, 아이도 그런 것에 가치를 둔다면 자신이 그러지 못할 경우 불행하다고 느낀다. 이런 아이가 중요한 시험을 망치거나 사업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부모는 아이가 ‘우리 엄마는 참 좋은 사람이야. 우리를 사랑하셨고, 아빠는 성실하고 참 열심히 사셨어’라고 자긍심을 느끼도록 키워야 한다.
사사건건 부딪치고 서로 헐뜯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가 올바른 공부 자세를 갖추는 데도 좋지 않다. 문제를 풀다가 ‘내가 잘못 풀었네’라는 생각이 들면 올바른 방법을 찾아 수정해야 한다. 계속 내 방식만 고집하면 배울 수가 없다. 학습은 합리적인 것을 받아들이고 잘못된 지식을 수정해 가는 과정이다. 아무리 부모가 많이 배우고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하더라도 자신만 옳다고 우기고 고집스러우면 아이는 잘못된 것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가 없다.
아이는 부모의 좋은 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것도 배운다. “네가 뭐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있냐.” “네 아빠가 돈이나 제대로 벌어오는 줄 아니? 할아버지 덕에 살고 있지.” “네 아빠가 그 회사에 취직 안 했으면 밥이나 벌어먹고 살겠냐.” 매일 부모가 이렇게 빈정거린다고 치자.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친구가 올림피아드에서 수상했을 때 ‘걔는 진짜 과학을 잘해. 걔 같은 애가 과학고에 가야 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 사교육이겠지. 돈을 얼마나 썼겠어’라고 생각한다. 남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공부에 있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는 중요하다.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수정해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부부 간에 그런 것이 안 되면, 아이도 그런 것을 배우기가 어렵다.
이런 부부 간의 의사소통 방식이 아이에게 학습돼 부부가 서로 감사하며 사는 집안에서는 아이도 부모한테 그런 마음을 갖게 되고, 부부가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 집안에서는 아이도 그런 마음으로 살게 된다.
학습의 중요한 목적은 삶을 잘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뇌도 발달시키고 여러 가지도 배우는 것이다. 잘살기 위해서는 지식, 정보, 상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 능력이다. 공부와 관련해서 문제해결 방법을 배우려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보고, 다시 문제를 보완하면서 ‘이게 나한테 맞는 방법이구나’ 하는 것을 터득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인 사고도 필요하지만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잘 풀어나가는 것도 배워야 한다. 아이가 그런 기본적인 자세를 배우는 가장 가깝고 중요한 대상이 부모다. 부모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매일같이 갈등하고 비난하면서 아이한테 공부를 잘하라고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율배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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