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노천온천에 몸을 담근 원숭이들.’ 한 일본인 지인은 일본 내에만 머물려는 자국 청년들을 이렇게 비유했다. 밖은 춥고 불편하니 그저 따뜻한 물속에 앉아 있다는 것. 일본 청년들의 이런 특질은 최근 일본 내각부가 7개국 13∼29세 1000명씩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 조사대상국 중 가장 많은 65.7%의 젊은이가 해외 유학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다음이 65.4%의 미국이고 프랑스, 영국, 독일, 스웨덴 순. 일본은 가장 적은 32.3%였다.
▷일본 청년들의 ‘국내 지향’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해외 유학생 수는 2004년 8만3000여 명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15년 5만5000여 명으로 떨어졌다. 직장에서는 해외 지사에 발령만 내면 그만둬 버린다. 어딜 가나 일손이 부족하니 아등바등 자리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고도성장기인 1960, 70년대 남극이건 열대정글이건, 세계 그 어떤 오지에 가도 일본 ‘상사맨’들과 마주친다던 시절의 헝그리정신은 모두 옛 얘기가 된 듯하다.
▷이들은 흔히 ‘사토리(달관) 세대’라 불리는 세대적 특성이 있다. 1990년대 초반 버블붕괴기에 태어나 성장기간 내내 ‘잃어버린 20년’을 목격하면서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버렸다. 집이나 차에 욕심이 없고 연애나 결혼도 멀리한 채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국내에 있는 게 편하고 안전하다는 인식, 해외 학위를 그리 높이 여기지 않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다. 고도성장과 대량소비 사회에 대한 반동도 작용한 듯싶다.
▷반면 한국 청년들은 기회가 주어지면 해외로 나가고 싶어 한다. 해외 유학을 원하는 사람 비율이 일본의 2배가 넘는 것은 물론 해외 취업도 선호한다. 지난해 해외 취업자 수는 5783명으로 5년 만에 3.16배로 늘었다. 한국 청년들의 해외 지향은 의욕 있는 청년들이 많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적극적이고 영어 잘하는 한국 청년들은 일본 기업에서 대환영을 받는다. 일본인이 기피하는 해외 지사 근무에 손을 번쩍번쩍 들어 인사 담당자들을 기쁘게 한다.
▷일본 청년들을 해외로 보내기 위해 관민 합동 대책회의까지 꾸린 일본 정부가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일일 터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추고도 실업대란을 겪는 한국 청년들의 해외 지향에는 ‘헬조선’이란 표현에서 보듯 더 나은 세계로의 탈출 욕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추운 해외 대신 따뜻한 온천에 머물 수 있는 일본 청년들이 부러운 마음도 없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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