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당실]매카트니 형님의 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8일 03시 00분


<81> 윙스의 “With A Little Luck”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의 6월은 자퇴하겠다는 고등학생들의 계절입니다. 대기실은 중간고사를 망치고 다가오는 학기말 시험에 떠는 아이들의 굽어진 어깨들로 가득하죠. 현실을 회피하거나 부정하겠다는 아이들을 설득하고 격려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논리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청소년들은 진료실에 오기 전 이미 오랫동안 비난을 받으며 마음이 굳게 닫혔기 때문이죠.

긍정적인 대화를 하려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평가와 강요에 질린 아이들에게는 먼저 자신의 입장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질문과 경청이 필요하죠. 인간은 자신을 탓하고 싶지 않기에 주변 사람들과 세상을 탓하게 되고, 남 탓이 멈춰져야 비로소 내 문제를 직시할 수 있게 됩니다. 상황과 감정에 대한 이해와 공감과 위로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 발전으로 나아가는 논의와 조언이 있기 전에 거쳐야 할 단계가 있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찾게 해줄 격려의 단계죠.

격려가 효과적이려면 먼저 격려의 초점이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상황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객관적으로 보면 상황이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 지금까지 겪었던 실패들 때문에 상황을 더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거든? 나와 함께 문제들을 점검해 보자”라는 식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격려가 효과적입니다. 그보다 더 심한 수준, 자신감을 잃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일깨워주는,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의 격려가 더 필요합니다.

격려의 기본적인 내용은 상대방이 보여주는 발전, 태도, 노력 등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인정해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성공은 쉽지도 흔하지도 않으니까요. 당연히 나를 잘 알고 나보다 현명한 사람의 격려가 더 효과적이죠. 과장된 평가는 믿을 수 없고, 높은 기대는 두려움을 유발합니다.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뜬구름 잡는 말보다는 상대방의 상황과 상태에 부합하는 현실적이고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내용의 격려가 필요하죠.

오늘 소개하는 폴 매카트니가 비틀스에서 나와 만든 그룹 윙스의 노래 ‘운만 좀 따라준다면’은 자신감을 잃고 흔들리는 친구에게, 또한 스스로에게 전하는 격려입니다. “운만 조금 따라준다면, 우린 이걸 해낼 수 있어. 저 가녀린 버드나무도 혹독한 계절을 이겨내는데, 우리라고 못하겠어? 운만 조금 따라준다면, 사랑만 있다면 우린 이 세상을 흔들어 놓을 수 있어. 벌써 이 동네가 들썩이고 있잖아?” 격려의 초점과 내용이 좀 모호하지만 이 정도의 격려도 훌륭합니다. 잘 생각하고 준비해서 진심으로 격려해 준다면, 그리고 운도 조금 따라준다면 효과적인 격려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어려운 어린 시절을 이겨내며 얻게 된, 귀여운 얼굴을 겉도는 외롭고 슬픈 눈빛으로 불러주는 이 노래로 저는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저만이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아이들의 삶을 바꿔 놓은 매카트니 형님의 생일이죠. 생일 축하드리고, 제 어린 시절의 위로와 격려, 늘 감사합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윙스#with a little luck#폴 매카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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