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위험분담제 적용 범위 넓히자[기고/이명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국내 암 유병자 수는 약 174만 명이다.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평균 암 치료비가 간암 6600만 원, 췌장암 6300만 원, 폐암 4600만 원에 달한다. 암 발병 전후 실직, 휴직 등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을 일컫는 4대 중증 질환은 치료 과정도 고통이지만 막대한 치료비 때문에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을 위협한다.

이에 정부는 2013년 12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위험분담제도(Risk Sharing Agreement)를 도입했다. 위험분담제는 대체 치료법이 없는 고가 항암제,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 등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와 제약사가 위험(재정분담)을 나눠 갖는 제도로 환자 입장에서는 신약 접근성이 용이하고, 정부 입장에서는 신약 급여 결정 원칙이 유지되면서 건강보험의 재정적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위험분담제가 도입 5년을 맞으면서 개선점도 명확해지고 있다. 첫째, 위험분담제가 암, 희귀 난치성 질환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만성폐쇄성폐질환, 중증 아토피, 중증 천식, 루푸스 등 중증 질환은 당장 생존 위협 질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위험분담제 적용에서 배제돼 있다. 이 질환들은 위험분담제가 아니면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마땅한 절차가 없는데도 말이다. 일반적으로 고가 의약품이 급여 대상이 되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위험분담제는 정부와 제약사가 함께 재정을 분담하므로 약품비 비중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위험분담제 적용이 되는 질환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둘째, 하나의 질환에 하나의 치료제만 위험분담제가 적용되는 ‘선등재 독점권’ 문제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후발 신약의 효능이 선발 신약과 동등하거나 또는 더 우수해도 위험분담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 기존 약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위험분담제인데, 이런 규정 탓에 신약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5월 1일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19∼2023)을 관보에 고시했다. 계획을 요약하면 보장성 강화로 앞으로 5년 동안 41조여 원을 투입해 현재 60% 정도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목표 실행 방안에 위험분담제 개선 계획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위험분담제 도입 후 매년 국감에서 관련 이슈가 제기되자 복지부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 제고라는 위험분담제 도입 취지를 고려해 제도 개선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9년 현재 위험분담제는 시행 당시 규정에 머물러 있다. 위험분담제 도입 취지를 생각한다면 질환 범위 확대, 선등재 독점권 개선 등을 통해 위험분담제의 순기능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국내 암 유병자 수#암 치료비#중증 위험분담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