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심판 없는 복싱 안돼” vs 警 “檢 빼고 모두 이득” [논설위원 파워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2일 03시 00분


검경 수사권 조정 지상토론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검찰은 수사지휘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한 반면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며 큰 시각차를 보였다. 동아일보 논설위원들을 상대로 검경 양 기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왼쪽 사진)과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박영대 sannae@donga.com·원대연 기자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검찰은 수사지휘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한 반면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며 큰 시각차를 보였다. 동아일보 논설위원들을 상대로 검경 양 기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왼쪽 사진)과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박영대 sannae@donga.com·원대연 기자
전성철 논설위원
전성철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이 자유한국당을 빼놓은 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강행한 여파로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 개혁 이슈는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최전선이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실은 지난달 29일과 이달 4일 각각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과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초청해 토론을 가졌다. 검찰과 경찰에서 수사권 조정 이슈를 총괄하는 팀장인 두 사람의 강의와 질의응답을 통해 양측의 최정예 논리를 들어봤다.

‘무소불위 검찰’은 일제의 잔재?

수사권 조정 문제를 어찌 봐야 할지 ‘프레임’ 설정에서부터 두 기관은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다. 경찰 측 이 단장은 현 검찰 제도를 ‘검사 지배적 형사사법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검사는 영장발부권도 가진 강력한 존재여서 ‘검존판비(檢尊判卑·검사가 판사보다 높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1912년 조선형사령이 모태인 현 제도는 소수의 검사를 통해 조선을 지배했던 일제 통치의 잔재”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패전 이후인 1948년 미군정 체제에서 검사의 힘을 빼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경찰의 자질이나 인권의식, 우리 국민 수준 등이 1948년의 일본보다 못할 것이 뭐 있나. 이제 와서 수사권 조정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 김 단장은 “한국 검찰이 강한 권한을 갖게 된 것은 경찰의 과거 잘못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에 경찰 조서보다 우월한 증거능력이 부여된 것은 1954년 형사소송법 개정 때다. 당시 검찰은 ‘검사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국회가 ‘경찰 조서는 고문을 해 받은 것’이라며 법을 고쳤다”고 했다.

김 단장은 “한국은 ‘검찰 공화국’인 동시에 ‘경찰국가’”라며 양비론을 폈다.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검찰에서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사람이 100명이 넘는 것은 검찰의 특별수사 기능이 너무 세서 생긴 일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14만 명의 경찰관이 단일 국가경찰 체계에 속해 있고 국내 정보 수집 권한까지 독점하고 있어 경찰 역시 지나치게 힘이 강하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존폐 기로에 선 수사지휘권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김 단장은 “복싱 경기에서 심판을 빼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경찰과 국민(피의자)이 링 위에서 맞붙었을 때, 강력한 공권력이 반칙을 하거나 가혹한 수사를 하는 것을 막는 심판이 검사라는 비유다. 김 단장은 “현행 제도는 검사가 직접 선수로 뛰는 것(직접 수사)이 문제인데, 그런 진짜 문제는 놔두고 심판(수사지휘) 역할마저 없애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제대로 된 방향은 ‘심판(검사)은 선수로 뛰지 말라’인데 거꾸로 ‘경찰도 심판(검사) 없이 경기 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 단장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없어져도 검사가 경찰 수사의 위법성 통제는 할 수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론을 폈다. 수사 과정의 위법이나 인권보호 지침 위반에 대해서는 검사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권 남용 우려는 기우라는 주장이다. 수사지휘가 사라지면 경찰과 검찰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수사지휘를 받는 체제에서는, 복종해야 하는 경찰이 굳이 검사를 찾아가 ‘제가 복종하러 왔다’며 협조를 구할 이유가 없지 않나. 상명하복 관계가 해소돼야 협조가 더 원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부작용은 없나

경찰은 이번 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에 주어지는 수사 종결권은 1차적이고 제한적 권한이어서 별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단장은 “경찰이 수사하는 연간 150만 건의 사건 중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기소하는 사건, 이른바 ‘경찰이 말아먹은’ 사건은 0.6%인 3400건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중 대부분은 수사 중 합의가 이뤄지거나 진술이 번복되는 등 사정 변경이 있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경이 같은 사건에서 다른 판단을 하는) ‘미스매칭’을 완전히 없애자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검찰이 기소해서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5%가 넘는 걸 감안해도 0.6%는 높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이 잘못 판단한 사건은 적절히 통제해서 바로잡으면 될 일이지 그 같은 극소수 사건 때문에 수사권 조정을 미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경찰에 수사권을 주면 지금보다 더 책임감을 갖고 수사하게 될 것”이라며 “사건 당사자 입장에서도 본인 사건 수사가 잘못됐을 때 검경 중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가 분명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권 조정안이 허술해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암장(暗葬)되는 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예로 들었다. 김 단장은 “경찰이 책임감을 갖고 수사를 한다고 해도 문제가 안 생기는 건 아니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안대로라면 앞으로는 검사가 의심스러운 변사사건에 대해 수사지휘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경찰이 송치하거나 영장을 청구한 사건이 아니어서 법적으로 보완 수사 요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매우 짧은(180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문제가 될 거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 단장은 “수사지휘가 폐지되면 경찰이 공소시효가 끝나기 직전에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겠다고 해도 검찰로서는 (보완 수사 등)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당사자가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기존에는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하면 당사자가 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사건 종결은 ‘검사의 처분’이 아니어서 재정신청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줄어들지 않은 검찰 직접수사

이번 수사권 조정에서 그동안 비판을 받아온 검찰의 광범위한 직접수사 범위가 거의 조정되지 않은 점에 대해 양측은 모두 문제가 있다고 공감했다. 이 단장은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도 검찰은 부패사건을 비롯해 경제, 금융, 증권, 선거, 방산비리 등을 계속 수사할 수 있다. 마약이나 조직폭력 범죄 정도를 제외하면 기존에 검찰 특수부, 공안부가 하던 수사를 거의 다 인정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패범죄나 경제범죄는 법률용어가 아니고 그 범위가 모호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경계가 크게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측 김 단장도 그 같은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이번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는 수사 총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직접수사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면 결과적으로 국가기관이 하는 전체 수사의 양은 증가한다는 이야기다.

“검경 중립성 확보 방안 빠진 건 문제”

현재 논의 중인 법안에는 검경의 수사 및 인사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방안이 빠져 있다. 검찰 측 김 단장은 이와 관련해 ‘권한 분산’을 해결책으로 들었다. 그는 “검사 2500명 중에 10명만 나빠도 검찰은 충분히 나빠질 수 있다. 권력자는 그런 검사를 중용하게 돼있다”며 “권력기관에 대해서는 신뢰를 주는 것이 답이 아니다. 권한을 최대한 찢어 놔야 한다”고 했다.

경찰 측도 “국회에서 검경 중립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권한 분산’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이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를 주장하는 점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자세였다. 이 단장은 “경찰은 치안 유지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사회의 질서와 안전을 위해 경찰 안에 경비, 정보, 테러, 교통, 수사 등의 기능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를 책임져온 두 단장과의 연쇄 간담회에서 뚜렷하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이 하나 있었다. 현재 상정된 개정안은 △검경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 △두 기관의 불필요한 수사 경쟁과 중복 수사로 인한 국민 피해 등 검경 수사권 개혁의 시작이자 끝인 핵심 과제들에 대해 뚜렷한 답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여야 4당의 조정안은 단지 한 개의 견본이라고 간주하고 여야와 검경, 전문가들이 하루빨리 진지한 논의를 통해 제대로 된 조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
#검경 수사권 조정#김웅#이형세#패스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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