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멋진 문장은 아이작 뉴턴이 1676년 로버트 훅에게 보내는 편지에 인용하며 널리 알려졌다. 이는 20세기의 위대한 과학사회학자로 손꼽히는 로버트 머튼이 ‘거인의 어깨 위에서’라는 책을 쓰는 계기가 될 정도로 과학사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는 일반적으로 뉴턴의 뛰어남 가운데 겸손함을 잘 보여주는 문구로 회자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다.
훅 또한 당대의 과학자였다. 물리학자로서 용수철의 탄성 복원력에 관한 ‘훅의 법칙’을 제시했고, 화학자로서 연소설을 주장했다. 천문학자로서 지구와 달의 공전 운동을 분석했는데 이는 만유인력 법칙을 두고 뉴턴과 논쟁을 벌이는 계기가 됐다. 두 과학자의 논쟁은 그리 이상적이지만은 않았다. 훅은 뉴턴의 뛰어난 재능을 질투했는지 그에게 적개심을 가졌고, 뉴턴도 자신에게 적개심을 가지는 훅을 싫어했다. 둘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이론을 비판했고 그 과정에서 뉴턴이 이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많은 과학사학자는 뉴턴이 자신은 플라톤, 코페르니쿠스 등 대학자의 어깨 위에 서 있는 것이지, 훅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위 문구를 인용했다고 본다. 일설로는 키가 작은 훅을 풍자했다고도 한다. 다행히도 훅은 뉴턴에게 든든한 ‘어깨’가 되어주었다. 뉴턴과 훅은 대학자답게 편지로 치열하게 논쟁했고 이 논박의 과정에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완결성 있게 정립된 것이다.
천재의 번뜩이는 기지와 영감, 그리고 고집과 괴짜스러움. 둘 다 과학자의 전형적인 모습뿐 아니라, 때로 서로에게 옹졸한 모습까지도 보였다. 그러나 이후 두 거인은 수많은 후학에게 드높고 단단한 어깨가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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