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은 사업 위험성으로 인해 선사들의 공동 행위를 특수하게 일부 인정하고 있다. 주 5회 운항하는 아시아-유럽 정기항로 개설에만 최소 60척의 선박이 필요하기에 선사들은 항로를 함께 개설하고, 선박 적재 공간을 공유하는 등 다양한 협약을 맺는다. 이것이 바로 해운시장에서 인정되는 해운동맹이다.
지난 10년간의 해운 불황은 세계 20대 컨테이너선사 중 9개를 사라지게 만들었고, 이에 2017년 4월 기존 해운동맹은 2M, OCEAN, THE라 불리는 새로운 3대 해운동맹으로 재편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은 파산했고 살아남은 현대상선은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새판을 짜던 글로벌 선사들의 협력 파트너로서의 매력이 떨어졌다. 결국 현대상선은 대등한 지위의 동맹이 아닌 불리한 조건의 제한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드디어 현대상선은 6월 19일 ‘디(THE) 얼라이언스’와 새로운 가입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4월부터 10년간 진행될 협력을 통해 현대상선은 원양 항로 다변화, 영업망 확충 등 많은 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불과 2년 전 한진해운 파산을 겪은 한국 해운이 다시 세계 중심 무대에 복귀하는 것이다.
이번 계약을 가능케 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지난해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의 경쟁력이다.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과감하게 발주한 초대형선은 운항비용이 현존 어떤 선박보다도 낮아 철저한 손익계산 속에 이뤄지는 해운동맹에서 다른 선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한 가지는 문재인 정부의 일관되고 강력한 해운재건 정책이다. 한때 국내 해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었지만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과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수립 등 일관된 정책 추진은 시장에서 우리 정부가 해운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신호로 읽혔다.
물론 이번 해운동맹 가입은 이제야 동일한 출발선을 확보한 것이고, 앞으로 어떤 항해를 펼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아직 경영 정상화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선사의 지속적인 경영 개선 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당장 내년 4월 새로운 시작을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잘 준비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해운은 우리나라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간산업이자 미래전략산업이다. 새 해운동맹 가입을 계기로 해운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민관의 노력과 국민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