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마디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난리가 났다. 어떻게 강형욱이 이런 말을. 반려동물 가족들은 소위 ‘멘붕’에 빠졌다. 평소 ‘개통령’으로 불려온 강 훈련사. 다름 아닌 그가 살(殺)을 입에 담았기에 더 충격이 컸다.
배경은 이렇다. 최근 경기 용인시에서 폭스테리어가 세 살배기 여아를 무는 참사가 벌어졌다. 폐쇄회로(CC)TV를 보면 거의 ‘사냥하듯’ 달려든다. 게다가 그 개는 비슷한 전력이 여러 차례였다. 그런데도 반려인은 또다시 입마개 없이 외출했다. 강 훈련사는 “(이런 상태라면) 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상처가 될 수 있겠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경고성’ 발언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요즘 반려동물 관련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나쁜 소식만 있진 않지만 개나 고양이를 놓고 옥신각신이 허다하다. 그건 아마 한국도 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반려동물을 키우니 당연히 관심도 폭증한다.
문화 쪽에선 이런 흐름이 벌써부터 도드라졌다.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반려동물 프로그램이 TV에서 인기다. 출판도 만만찮다. 관련 서적이 쏟아진다. 어떤 주는 영원한 강자 자기계발서보다 많다. ‘제2의 개통령’ 설채현 수의사가 쓴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는 지난달 출간해 벌써 3쇄를 찍었다. 최근 ‘노곤하개’ 등 반려동물을 다룬 인기 웹툰도 적지 않다.
뭣보다 SNS 월드는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몇몇 멍멍이, 야옹이가 스타가 된 뒤 숱하게 ‘내 새끼’를 봐달라며 게시물을 올린다. 보통은 사랑하는 자식을 자랑하고픈 거라고 믿고 싶다. 한데 아닌 경우도 심심찮다. 얼마 전 버려진 강아지를 돌보는 척 속이다가 누리꾼의 집중포화를 받고 사죄한 유튜버도 있다.
문제는 상당수가 반려동물과의 생활이 지닌 ‘좋은 면’에 치중한단 점이다. 이해는 간다. 지저분하거나 괴로운 모습을 누가 좋아하겠나. 특히 ‘돈벌이’가 목적인 이들은 더욱 그러할 터. 하지만 말 안 통하는 동물을 키우는 게 그리 쉬울까. 마침 네이버 웹툰 ‘개를 낳았다’가 5일 선보인 56화는 적나라했다.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 반려생활이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어쩌면 폭스테리어 양육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가족 같은 존재를 죽일 수 없단 심정은 존중한다. 하지만 당신 가족의 좋은 면만 보고 나쁜 점은 등한시한다면, 그건 진정한 가족이 아니다. 기왕 가족이라 하니 인간으로 가정해보자. 법은 폭력사고를 일으키면 사회와 격리한다. 자격 없는 부모에게선 양육권을 뺏기도 한다.
설 수의사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다”고. “우리 애는 순해요”란 착각이 가장 위험하단다. 기계가 아닌 생명체인지라 100%란 없으니까.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책임져야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받고 싶은가. 그럼 의무부터 다해야 한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부모가 자식을 잘 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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