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가 절망적이다. 선수들 몸값은 10개 구단 중 1위인데, 성적은 꼴찌다. 총체적 난국이다. 투수와 타자 모두 신통찮다. 수비도 메이저리그에까지 소개될 정도로 민망한 장면들을 연발한다. 원인은 수십 가지겠지만, 크게 보면 하나의 악재에서 시작한다. 포수가 불안하다. 안방이 흔들리면서, 팀 전체가 무너졌다.
포수는 단순하게 투수의 공을 받는 존재가 아니다. 볼카운트를 조율하고, 수비수들의 위치도 조정하는 등 실점과 관련된 모든 상황을 통제한다. 그래서 필드의 사령관이라고 한다. 과거 SK를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은 “포수 박경완이 팀 전력의 50%”라고 했다.
롯데는 2017년 시즌 뒤 주전 포수 강민호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고난이 시작된다. 계약 과정에서 좋은 선수를 놓칠 수 있다. 문제는 대안이다. 롯데엔 두 가지 카드가 있었다. 강민호를 대체할 만한 선수를 외부에서 영입하든가, 내부 유망주를 키우는 것이었다.
롯데는 내부 육성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포수는 실전에서 2, 3년은 경험을 쌓아야 겨우 제 역할을 한다. 또 포수가 불안하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감당할 게 많다. 신중하게 생각할 대목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포수의 비중을 과소평가했거나, 내부 자원의 역량을 과대평가했다.
투수가 땅볼을 던지면 포수가 몸으로 막아야 한다. 이걸 블로킹이라고 한다. 롯데 포수들은 떨어지는 변화구를 계속 빠뜨리고 있다. 주자가 3루에라도 서 있으면 실점할까 봐 전전긍긍이다. 머릿속에 볼 배합을 고민할 여력이 있을 리 없다. 그저 안 빠뜨릴 공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 타자가 모를 리 없다. 또 공을 받는 것도 매끄럽지 않다. 스트라이크가 될 수 있는 공도, 엉성하게 잡으면 볼로 판정된다. 그래서 롯데 투수들이 볼넷, 폭투, 피홈런, 평균자책점 등에서 모두 꼴찌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 집중력이 유지되는 건 기적이다. 실책도 당연히 가장 많다.
지난해부터 문제가 시작됐지만 롯데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시장에 포수 자원 서넛이 나왔지만 제대로 된 대응이 없었다. 내부 육성 결정에 대한 확신이 강했던 모양이다. 지난해 말 취임한 양상문 감독마저 “좋은 투수가, 좋은 포수를 만들 수 있다”고 조련에 자신감을 보이며 구단의 방향을 지지했다.
현실은 확실히 ‘불안한 포수가, 불안한 투수를 만들었다’로 귀결되고 있다. 그런데도 ‘선택이 최소한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 눈치다. 이를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한다.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오류를 바로잡기보다는, 그 선택이 옳거나 불가피했다고 믿으려 애쓰는 것이다.
인지 부조화는 개인의 사소한 선택부터, 조직과 나라의 중대한 결정까지 예외 없이 적용된다. 사람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선택은 언제라도 틀릴 수 있다. 오류를 인정하면 학습을 하게 되고, 학습을 하면 발전한다. 인지 부조화에 갇히면, 학습의 기회가 없다. 절망이 내일로 이어진다.
조직 내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의사결정 과정의 개선이다.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반론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롯데는 아마도 이 부분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포수난’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조직 문화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롯데는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30년 가까이 우승을 하지 못했다. 팬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해 있다. 프로야구 전체의 흥행이 흔들린다. 한번 돌아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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