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낼 때 ‘어떻게 해야 책 살까’ 고민 대신
‘사람들은 왜 책을 읽을까’ 솔루션 담긴 질문
다른 책방서 볼 수 없는 추천서가 만들어져
기업 임원부터 청와대 수석까지 질문 안 해
높으신 분 말만 적어서는 해법 찾을 수 없어
일터에서의 하루하루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저조한 매출을 올려야 하고 노후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해야 하며 경쟁 전략을 짜야 한다. 이 모든 과제는 솔루션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솔루션은 어디에 있는가?
문제를 하나 내보겠다. “어떻게 매출을 올릴 것인가?” 이것은 질문인가 아닌가?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다. 아니, 물음표가 달려 있는데 질문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아니다. 이것은 목표지 질문이 아니다. 물음표를 달고 있다고 다 질문은 아니다. 길을 찾으려면 ‘솔루션을 품은 질문’을 새로 찾아야 한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우리 책방은 다른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추천서가’가 있다.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마흔 고민이 깊어질 때’ ‘번아웃(정신적 소진)이 왔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등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고민 혹은 주제를 12가지로 추렸다. 그리고 주제별로 책을 많이 읽는 지인들에게 추천받은 서적들을 진열해 두었다. 그러니까 문학, 경제, 경영, 자기계발서 등 서점 중심으로 정한 방식이 아니라 독자의 필요에 맞춰 큐레이션한 거다.
다른 서점과 다른 점은 하나 더 있다.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어째서 이 책이 도움이 되었는지를 적은 ‘북 카드’를 책마다 끼워 놓았다. 추천한 사람의 이름을 실명으로 적고 간단한 소개도 곁들였다. 책을 많이 읽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개 믿을 만한 누군가가 추천한 책을 고르고 읽게 된다. 그래서 그렇게 해놓았다. 책을 펼치면 같은 고민을 한 누군가가 실명으로 추천한 글이 보이도록.
실제로 책방을 찾는 독자들은 추천서가 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같다. 자신의 고민에 따라 그 주제 앞에 서서 책들을 꺼내 책장을 넘겨 보고 추천한 사람의 추천사를 읽어 보고, 그러곤 종종 구입한다. 그들도 이런저런 고민이 많으니까 말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일수록 어떤 책이 있는지 모르고, 모르면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나 고민은 하고, 고민에 도움을 주는 책이라면 궁금해진다. 독자의 고민을 따라간 큐레이션이 독자들의 필요에 와 닿은 거다.
이런 서가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을까? 다른 책방과 차별화하려고? 아니다. 그것은 결과일 뿐, 우리 책방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찾은 거다. 처음엔 우리의 질문도 이랬다. ‘어떻게 해야 책을 살까?’ 그러다 알아차렸다. 이것은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러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왜 책을 읽을까?’ ‘책을 읽는다는 건 무엇이고 언제 책을 찾을까?’ 질문을 바꾸자 앞이 환해졌다.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거나 고민이 있을 때 선배들을 찾지만 책 또한 찾는다는 발견. 나 역시 그랬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책방을 찾곤 했다.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며 관심 가는 책을 골라 한두 페이지씩 읽다 보면 “아!” 하는 순간이 왔다. 아이디어의 실마리가 풀리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2010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단적인 예다. 폐막식 연설을 마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개최국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었다. 그러나 단 한 명도 질문하지 않았고 결국 질문권은 중국 기자에게 넘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의 여러 번에 걸친 질문 요청에도 끝내 침묵하던 광경은 보기에도 민망했다.
어디 기자뿐이겠는가? 기업의 임원들도 최고경영자(CEO)에게 질문하지 않는다. 그저 받아 적는다.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들도 질문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가끔 뉴스 화면에 비치는 각료 회의 모습을 보면 장관들도 그저 높으신 분의 말씀을 받아 적기 바쁘다. 질문은 없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솔루션은 질문으로부터 찾아지고 질문의 수준이 솔루션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터넷이 열어젖힌 세상에선 어제까지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 하던 일을 더 잘하는 걸로는 우리 앞에 닥친 변화의 파고를 넘기 힘들다. 질문해야 한다. 그것도 솔루션을 품은 질문을 찾아야 한다. 온 나라가 높으신 분의 말씀을 받아 적기만 해서는 길을 찾을 수 없다. 당신은 지금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가? 질문의 수준이 솔루션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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